by박성의 기자
2017.11.05 10:55:12
유균형 스타필드 코엑스몰 점장 인터뷰
''별마당 도서관'' 들이고 미디어 월 설치했더니
매장 매출 최대 30% 뛰고, 소비자 만족도 ''껑충''
"즐거워야 쇼핑해...복합 문화시설 만들 것"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사람들은 걸핏하면 길을 잃었다. 미로처럼 얽힌 벽은 하얗다못해 창백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이 곳’을 찾는 사람들 발길은 뜸해졌다. 강남 삼성역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오명까지 쓴 곳,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얘기다.
차갑게 식은 쇼핑공간에 온기를 불어넣은 건 유균형 스타필드 코엑스몰 점장이다. 개성 없던 쇼핑몰 복판에 13m 높이의 책을 쌓은 ‘별마당 도서관’을 개장한 뒤, 스타필드 코엑스는 어느덧 강남의 랜드마크가 됐다.
3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만난 유 점장은 “쇼핑산업이 ‘주객전도’의 시대를 맞았다”며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가 아닌 즐기고 보고 느끼는 감성적인 부분에 이끌려 쇼핑몰을 찾는다. 이 변화의 흐름을 잡아내야 쇼핑몰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두 번째로 개장한 복합쇼핑몰이다. 스타필드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신세계그룹이 설계부터 입점업체 구성까지 총괄한 스타필드 하남과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2000년 개장한 코엑스몰을 신세계프라퍼티가 10년간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임대·운영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고 매장인 셈이다.
유 점장은 부임과 동시에 ‘나이든 쇼핑몰’을 탈바꿈시켜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유 점장은 “코엑스몰을 두고 소비자들이 ‘병원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동선은 복잡한데 특색은 없었다”며 “(신세계가) 직접 지은 건물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보니 매장을 전부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유 점장이 주목한 것은 쇼핑몰의 ‘활력’이었다. 기존 코엑스몰은 밝고 깨끗했다. 다만 그만큼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줬다. 석고처럼 굳은 공간으로는 소비자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유 점장은 쇼핑몰 곳곳에 간접조명을 달아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깨끗하기만 하던 벽면에는 초대형 LED ‘미디어 월’을 설치해 기발한 영상 콘텐츠를 노출시켰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알릴 ‘큰 한 방’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31일 신세계프라퍼티는 60억원을 투자해 스타필드 코엑스몰 복판에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했다. 별마당 도서관은 일본의 대표 랜드마크인 쓰타야서점과 다케오시립도서관 등을 본떠 만들었다. 총 면적 2800㎡에 2개 층으로 구성했다.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에 5만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책과 해외 잡지, 600여 종의 최신잡지를 갖췄다.
별마당 도서관은 입장이 무료인 덕에 개점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매주 진행하는 명사 특강 프로그램도 인기다.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 ‘구글X’를 이끄는 모 가댓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 등이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연을 했다. 사람이 몰리자 인근 매장 매출도 30% 가까이 뛰었다.
별마당 도서관에는 그 흔한 도난방지시스템도 없다. 입장도 무료인데 수많은 책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유 점장은 웃으며 “별마당 도서관은 ‘누구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자유로운 공간인 만큼 제약을 없앴는데, 우리나라 시민들의 윤리의식이 매우 높다는 걸 알았다. 사라진 책보다 기부 받은 책이 더 많다”고 전했다.
유 점장은 출근과 동시에 쇼핑몰 곳곳을 둘러본다. 쇼핑몰의 동선을 확인하고 행여 위해요소는 없는 지 점검한다. 쇼핑을 즐거워하는 고객이 있을 때는 점장의 신분을 숨긴 채 넌지시 코엑스몰에 대해 묻기도 한다. 고객이 “어린 시절을 여기(코엑스몰)서 보냈는데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 전한 날엔 그만큼 뿌듯한 날도 없다고 했다. 유 점장은 “결국 쇼핑몰이 성공하려면 고객의 생각을 읽고, 철저히 고객의 입장이 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유 점장은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체험형 매장 확대 △인근 호텔에 숙박하는 외국인관광객 위한 서비스 확충 △임차인 위한 마케팅 지원시스템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궁극적으로 쇼핑몰이 ‘열린 나눔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유통규제와 경기불황이라는 이중고를 뛰어넘기는 위해서는, 쇼핑몰이 ‘복합 문화시설’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유 점장은 “과거의 명성을 넘어서는 코엑스몰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를 이해하고 늘 새로운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내 이름처럼 쇼핑과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곳,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쇼핑시설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