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3.03.06 09:12:12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셋방살이의 고단함 때문일까. ‘전세의 종말’ 기획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백명이 넘는 독자들이 댓글과 메일을 통해 의견을 전해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감과 동시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세의 필요성이 사라진 건 이해하겠지만 월세 전환으로 인한 충격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걱정이다.
전세가 사라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월세 확산을 ‘시장 정상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적정 임대수익률에 기초해 집값이 조정되면 주택가격의 거품을 자연스럽게 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세 전환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이자율인 월세이율은 수년째 하락세다. 전세 보증금 1000만원 짜리 집이면 월세 전환시 세가 10만원(월세이율 1%) 꼴이었으나 현재 수도권의 평균 월세이율은 0.85%까지 하락했다. 임대인들의 선호로 공급이 늘어났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못해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월세 전환의 충격이 주거 취약계층에게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소형주택일수록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 보증금 부담이 적어 월세 전환이 쉽고 아파트 등 중대형 주택보다 높은 월세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월세이율은 전세보증금 총액이 큰 고가주택일수록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서울 잠실아파트의 월세이율은 0.5% 선이다. 반면 도심 내 전셋값 1억원 이하 저가주택엔 여전히 최대 ‘1부 이자’(월세이율 1%)가 적용된다. 같은 보증금을 월세로 돌려도 영세 세입자가 고가전세 세입자보다 두 배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런 양상이 ‘특정 세대’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억원 이하 저가 전세주택 세입자의 약 42%(109만5575가구)는 2030세대다. 범위를 전세금 5000만~1억원 사이로 좁히면 청년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5060세대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는 순간 2030세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2030과 5060간의 갈등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불안요소다. 가진 게 집뿐인, 그래서 월세수입이 절실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의 종말이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