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남창균 기자
2012.12.11 10:12:47
[이데일리 남창균 기자]부동산 문제가 차기 정부도 괴롭힐 모양이다.
참여정부 시절엔 열탕으로, MB정부에서는 냉탕으로 곤욕을 치렀다. 차기정부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지 않으면 막대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계는 하우스푸어·랜트푸어로, 업계는 워크아웃·법정관리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발벗고 나서줘야할 금융기관은 강건너 불구경이고 정책 당국도 의지가 박약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480만3000가구 중 12%인 56만9000가구는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를 넘었다. 사실상 하우스푸어라는 얘기다. 여기에 9월말 기준 경매 경락률(평균 76.4%)을 초과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19만명(13조원)에 달한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도 대출금을 못 갚는 깡통주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건설업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최근 4년새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100대 건설사 가운데 21곳이나 된다. 이들 기업은 모두 2000년대 중반에 벌였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경기가 꺾이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도 암울하게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에 이어 약보합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가격은 2010년 -1.7%, 2011년 0.5%, 올해 -2.5%(추정) 등 줄곧 약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들의 상황 인식은 안일하기만 하다. 하우스푸어 대책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후보만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내놨을 뿐 문재인 후보는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꿔준다는 얘기 뿐이다. 다른 부동산 대책도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등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정부처럼 행정수도를 건설(노무현 정부)한다거나 한반도 대운하(이명박 정부)를 만든다는 부양책을 내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거래 정상화 같은 ‘마중물’ 대책이라도 마련하라는 얘기다. 수도권의 경우 올해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가 정상화되면 산적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팔 희망을 갖게 되고 건설사들은 주택 분양을 통해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를 완화하는 게 급선무다.
연말까지 감면해 주는 취득세의 경우 한시적으로 깎아 줄 게 아니라 세율 자체를 아예 낮출 필요가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안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양도세 중과세는 집값 급등기에 투기적 수요를 잡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지금처럼 혹한기에는 맞지 않는 옷이다. 이를 두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여름 옷을 입고 겨울에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계절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듯이 정책도 때에 맞게 바꾸는 게 순리다.
취득세와 양도세는 부동산 시장의 입구와 출구를 지키는 수문장으로 볼 수 있다. 수문장이 너무 뻣뻣하면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주눅 든다. 차기 정부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으려면 수문장의 어깨에서 힘을 빼주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