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재미있는 홈쇼핑 이야기]⑤화면구성의 비밀

by이학선 기자
2012.03.19 10:10:00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시선 따라 상품정보 배치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9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쇼핑업계에 한때 `왼쪽 마케팅`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매장의 왼쪽에 배치하면 오른쪽에 있을 때보다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지금도 현실에 활용되는 예가 적지 않다.

백화점이 엘리베이터 진행 방향 왼쪽에 세일상품을 놔두거나 대형할인점이 입구를 오른쪽에 둬 고객들의 쇼핑동선을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유도하는 게 `왼쪽 마케팅`의 일환이다. 홈쇼핑도 마찬가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TV를 켜면 왼쪽 상단에 보이는 게 홈쇼핑 로고나 사명이다. 우측 하단에는 상품주문 전화번호가 있다.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듯 화면을 보는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내려가는 것을 고려한 배치다. 시선의 흐름이 `홈쇼핑 로고→상품→주문전화`로 이어진다.

상품명이나 가격 등 상품정보가 주로 화면 왼쪽에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사람의 시지각은 왼쪽방향의 자극에 먼저 반응한뒤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따라서 구매결정에 꼭 필요한 정보는 가급적 왼쪽, 그렇지 않은 정보는 오른쪽에 둔다.



조은영 홈앤쇼핑 컴퓨터그래픽(CG) 담당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시선흐름의 편안함이라 화면왼쪽에는 가격과 상품정보, 오른쪽에는 전화번호를 노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화면 가운데 인물이나 상품을 중심으로 홈쇼핑 로고는 왼쪽 상단, 상품주문 전화번호는 우측 하단에 있다. 소비자들이 알기 원하는 가격정보는 주로 자막의 왼쪽하단에 자리잡는다. 시선이 왼쪽부터 가는 것을 고려한 배치라고 한다. 화살표는 시선의 방향이다. 사진은 홈앤쇼핑 방송화면.

한가지 예외는 방송종료 시간이 얼마 남았음을 알리는 타이머다. 주로 오른쪽 하단(주문전화번호 바로 위)에 뜬다. 살까말까 망설이지 말고 수화기를 들어 상품을 주문하라는 의미다. 이때부터 주문전화는 소비자들에게 별볼일 없는 정보가 아닌 꼭 필요한 정보가 된다. 긴박함을 느끼기 때문에 구매욕구도 커진다.

홈쇼핑 자막은 그간 여러 변천을 겪었다. 지금은 화면하단에 상품정보를 소개하는 `ㅡ`자형 자막을 많이 쓰지만 과거엔 왼쪽과 아래쪽을 동시에 차지하는 `L`자형 자막을 주로 사용했다.

L자형 자막은 ㅡ자형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화면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넓다보니 시각적 효과가 필요한 의류, 식품 등의 상품노출에는 적합하지 않은 한계도 가진다. 특히 과거에 쓰던 L자형을 그대로 디지털TV에 적용할 경우 세로자막이 잘리거나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지금은 많은 홈쇼핑업체들이 L자형 대신 ㅡ자형을 자막으로 택하고 있다.

현재 L자형 자막을 쓰는 곳은 GS샵 정도다. CJ오쇼핑(035760)과 현대홈쇼핑(057050),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은 주로 ㅡ자형 자막을 쓴다. 대신 꼭 필요한 정보가 있을땐 왼쪽에 팝업 형식으로 자막을 띄워 변형된 L자형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