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미 25년 만에 FTA 타결…전세계 GDP 25% 거대 시장

by김상윤 기자
2024.12.07 07:04:29

전 세계 보호무역 확산 속에 자유무역협정 타결
메르코수르, 농·축·수산물 유럽 수출 확대 가능
EU, 자동차·의약품 등 남미에 수출길 열려
프랑스 반대 변수…독일·스페인 등 찬성 입장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이 오랜 기간 지연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25년 만에 타결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유럽과 남미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단일시장이 출범하게 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사진=AFP)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장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25년간의 협상 끝에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와 메르코수르 사무국은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 “EU와 메르코수르는 획기적인 FTA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마쳤다”며 “우리는 공정성과 상호 이익에 기반해 양측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줄 윈윈 협정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시킨 공동시장이다. 양측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7억명 인구에 전 세계 GDP 25% 넘게 차지하는 거대 단일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협상 타결로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농·축·수산물의 유럽 수출이 늘리고, EU는 자동차·의약품을 비롯해 메르코수르 회원국 수출에서 연간 40억 유로(약 6조원) 상당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



EU 집행위는 “350개 이상의 EU 제품이 지리적 표시로 보호받게 되며, 유럽의 보건 및 식품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메르코수르 수출업체의 경우 EU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와 메르코수르간 FTA 협상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원론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나, EU 측에서 아마존 삼림 벌채 억제와 환경보호 의무 조항 등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면서 이후 5년째 지지부진했다. 이후 메르코수르는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 벌채를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비롯해 노동권·산림 보존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명확하고 집행 가능한 전략 제시 등을 약속했고, 이같은 내용은 부록에 포함됐다. 다만 협정이 발효되려면 갈 길이 멀다. 최종 법적 검토, 번역, 회원국들의 승인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발효된다. EU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27개 EU 회원국 중 15개 회원국의 승인과 유럽 의회의 단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특히 프랑스는 자국 농축산업계 피해 우려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정이 발효되려면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지지해야 한다. 소피 프리마스 프랑스 무역부 장관은 현재 직면한 장애물을 강조하면서 환경과 농업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유럽 농장 로비 단체인 코파 코게도 이번 협정에 대한 반대를 되풀이하며 브뤼셀에서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반면, 독일과 스페인을 포함한 EU 회원국들은 러시아 시장이 거의 폐쇄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역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협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