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삼총사 지형도…'로봇' 동맹 현대차·모비스·글로비스
by이소현 기자
2020.12.13 11:49:31
로봇으로 그룹 사업 확장…미래 성장 동력 확보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모빌리티 넘어 사업 전 영역 시너지, 그룹 가치↑”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 최고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 3총사’가 지분 소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글로비스(086280) 등 현대차그룹 3개사는 로보틱스 사업을 통한 그룹 차원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앞서 기아자동차(000270)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 지분을 인수하거나 한전부지 자산매입 등에 빠짐없이 참여해 핵심적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룹의 미래 사업 확장에 기아차 대신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듯한 모습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웨어러블 로봇 VEX는 상향 작업자의 팔과 허리를 보조해준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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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지난 11일 최종 합의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세계 5위권의 양산능력을 기반으로 주요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간의 밸류 체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분야에서도 그룹 차원의 신(新) 밸류체인(가치사슬) 형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추진한다.
특히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전동화 차량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만 아니라 물류·운송, 서비스 사업에서도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 ‘고령화ㆍ언택트’로 대표되는 메가 트렌드에 따라 로봇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단순 로봇 판매를 넘어 앞으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로봇 기술들이 자동차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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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종합적인 인지·판단·제어 기능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을 통해 주변 환경 및 보행자, 다른 차량 등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수다. 이에 더해 차량이나 모빌리티 장치들 간의 통신을 비롯한 사물통신(V2V, V2X 등을 포함한 IoT) 기술로 정보를 추가로 획득하고,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판단 및 정밀 제어함에 있어 로봇 기술과의 상호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그룹 내 시너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안전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 기술 관련 전 부문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이미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핵심 미래혁신 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현대ㆍ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팀을 신설, 이후 현대ㆍ기아차연구개발본부로 이동시키면서 연구개발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로보틱스팀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하며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로봇 제어 등에 특히 강점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이 어우러지면 그룹 차원에서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은 2018년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자형착용형 로봇 CEX(Chairless EXoskeleton)’에 이어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 VEX(Vest EXoskeleton)’를 개발했고, 올해 10월부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최초로 양산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시장 초기 단계에서 시장 진입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줄 수 있고 비용 대비 높은 효율을 창출할 수 있다.
| 웨어러블 로봇은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강도를 절감해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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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은 2019년 말 CEX와 VEX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국내외 공장으로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이며, 다른 자동차 기업은 물론 다양한 제조업체들에 납품도 추진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VEX를 일부 개조해 건설,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은 다양한 로봇 기술 관련 선행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인간과의 교감과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한 서비스 로봇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룸서비스, 고객 안내 등의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호텔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연어 대화시스템, 인공지능, 모빌리티 기능 등이 탑재돼 판매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차량에 대해 설명해 주는 판매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개발, 올해 12월 영업 거점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으로 전기차 충전구를 찾아 충전을 해주는 전기차 충전 로봇, 주행 상황에 따라 2~3휠로 자동 변신이 가능한 초소형 로보틱 퍼스널 모빌리티 등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착용형 로봇을 기반으로 한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기술인HRI, 인공지능 및 모바일 플랫폼 기술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유한 △3D 비전(Vision) △로봇팔(Manipulation) △2족·4족 보행(Biped·Quadruped) 제어 기술이 더해지면 보다 완성도 높은 로보틱스 기술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구축한 고객 관련 빅데이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반의 데이터를 로봇 기술에 접목할 경우,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로봇 서비스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인지·판단·제어 등 전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해 이미 △퍼셉티브 오토마타(미국) △알레그로.ai(이스라엘) △딥클린트(중국) △엔비디아(미국) 등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티투닷(42dot) 등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 개발에 협력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 협업의 성과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및 로보틱스랩의 로봇 기술 등의 분야에서 그룹 차원의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기술은 우주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주 산업은 우주선ㆍ인공위성 제작, 발사 터미널 및 통신 장비와 같은 특수 장비 제조, 발사체 제작 및 발사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으며, 위험성이나 작업의 정밀함 등을 이유로 로봇 활용의 필요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6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진행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유인탐사선 ‘스타십(Starship)’ 프로토타입(시제품)의 연료 탱크 폭발 테스트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사람에 앞서 안전점검을 수행한 바 있다.
달·화성 등의 탐사에서도 로봇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넛(Robonaut)’과 ‘발키리(Valkyrie)’ 등을 개발해 우주 정거장과 화성 탐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 사람처럼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다관절 로봇 팔(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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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사업 초기 그룹 내 로봇 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 가격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먼저 국내외 다수의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공장과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함으로써 로봇 수요를 확대하고 로봇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시험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더불어 로봇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ㆍ운송 과정에서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용 절감과 생산 시간 단축 등도 도모할 수 있다. 라스트마일 로봇 모빌리티가 개발되면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 영역인 AS 부품 공급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보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단기 급성장이 예상되는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로봇에 활용되는 인지 기술, 인공지능, 로봇 제어 기술을 기존 시스템 내에 접목하고 픽(Pick), 핸들(Handle)과 같은 물류 및 운송 로봇을 적극 도입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기존 서비스 및 시스템에 로봇을 도입하여 신규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향후에는 로봇을 활용한 신규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과 물류 서비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풀필먼트(보관·재고관리·포장·배송·교환 및 환불 서비스 등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하는 종합 물류 대행 서비스) 및 라스트마일(Last-mile) 서비스에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신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장기적으로 로보틱스 분야 종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 의료, 배송, 개인용 서비스, 스마트 팩토리 등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로봇의 제어, 관리, 정비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의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 영역에서 높은 시너지 창출하고, 그룹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