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을 대비한 보험이 있다?①왜 필요한가?

by김유성 기자
2020.09.30 11:01:0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전국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생각하며 이 기사를 올립니다.

자신이 ‘인터넷쇼핑몰을 하고 있다’, ‘회원 DB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장님들이라면 주목해서 보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데 꼭 들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입니다.

이 보험이 뭐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의무보험입니다. 자동차가 항시 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처럼 인터넷 사업도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정한 의무가입 기준(연 5000만원 이상, 1000개 개인정보 보관)이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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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보험이란 뭘까요. 자동차보험을 예로 들어볼게요. 만약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상대방 차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난감한 상황에 빠집니다. 순수하게 가해자의 돈으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혹여 가해자가 ‘배째라’로 나온다면 달리 방법도 없습니다.

재판을 걸어 그 사람의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송사라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판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고 그 와중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쓰게 됩니다. 송사 끝에 집안 망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자동차보험이 모든 운전자에 의무화된 것입니다. 이 보험 없이는 자기차를 끌고 다닐 수 없게 한 것입니다. 사고가 나면 1차적으로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고, 보험사는 추후 구상권을 가해자에 청구합니다.

이런 사고 시 발생하는 손해를 줄이고자 우리는 일년에 수십만원, 수백만원의 자동차보험료를 소멸성으로 내는 것입니다. 사고 위험이 적거나 자동차 몰 일이 많지 않은 개인 입장에서는 ‘아까운 비용’일 수 있지만, 이런 보험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회를 유지하고 각 개인의 생활을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확률적으로 사고가 날 확률이 0.1%라고 가정합시다. 그깟 0.1% 사고 확률 때문에 1년에 100만원 보험료를 버리듯 내는 게 아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보험료를 내준 덕에, 운 나쁘게 0.1% 확률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치료와 보상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 개인이 전적으로 지어야 할 거대 리스크를 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이 나눠진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듯 개인정보 유출도 인터넷 업계에서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재수없는 일’로 치부됐지만, 근래 들어서는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을 보상해줘야 하는 형태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집단소송제도가 정착되면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듯 싶습니다. 1만명이 모여서 각 개인당 10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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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지난 7월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원조급 인터넷쇼핑 사이트 인터파크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 10만원씩 보상해주라는 판결입니다. 이 소송은 36명의 인터파크 사용자들이 모여 제기한 소송입니다만, 판결이 확정되면 인터파크는 1000만명의 피해자에 10만원씩 줘야할지도 모릅니다. 설사 1조원의 돈이 아니더라도 수십억원의 배상금을 내야할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가 강해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단적인 예가 ‘마이데이터’입니다.

이건 또 뭐냐, 각 개인들의 데이터가 하나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자원으로 거래되고 이용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가 카드사에서 결제한 데이터를 인터넷쇼핑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쇠고기 결제 내역을 보고 스테이크용 후라이펜을 추천하는 식입니다. 은행에서는 싼 금리의 신용대출 상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비와 마케팅비 낭비를 줄이고 타깃 고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얘기가 이래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흉악한 해커가 들어와 당신의 PC를 점령했다고 칩시다. 상상하는 것 조차 힘겹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