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5.09.28 13:09:54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견줘 개인의 신용평가 체계가 상당히 허술하다. 신용등급이 주로 연체실적과 같은 부정적 정보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30만원 미만의 소액이라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은 뚝 떨어지지만 이를 다시 올리는 데는 2~3년씩 걸린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개인 신용평가 체계가 대폭 개선돼 김씨와 같은 소액연체자는 1년간 금융 거래 연체가 없으면 곧바로 이전 신용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또 통신비, 전기료와 같은 공공요금만 잘 내고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직장인 김준원(31)씨는 지난해 1월 신용등급이 기존 3등급에서 8등급으로 무려 5단계나 떨어졌다. 카드값 25만원을 실수로 3개월 이상 못 갚은 게 화근이 됐다. 밀린 카드비를 다 갚은 지는 이미 오래지만 김씨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8등급에 머물러 있다. 한 순간에 저신용자로 떨어진 김씨는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물론 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은 꿈도 못 꾼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매달 일정 소득이 있지만 정작 은행 거래가 어려워 신용등급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25만원을 못 갚은 것 치곤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올해 말 곧바로 본인 신용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신용도에 상응하는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의 신용평가 관행을 개선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씨처럼 소액연체자는 올해 말부터 신용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지금은 30만원 미만의 소액이라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등급이 8~9등급으로 떨어진다. 연체 대출금을 갚아도 상당수는 3년간 7~8등급이 유지돼 은행 대출은 꿈도 못 꾼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액연체자는 1년간 연체 없이 금융거래를 하면 곧바로 연체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당장 올해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김씨처럼 이전에 연체 대출금을 받은 사람도 곧바로 신용이 회복된다. 금감원은 소액 장기연체자 3만7000명 가운데 1만명이 이번에 은행 이용이 가능한 6등급으로 신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통신료만 잘 내도 신용등급이 올라간다. 신용조회회사(CB)는 앞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때 금융거래 정보 외에도 통신비·공공요금·국민연금과 같은 비금융 거래정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내년 1분기(1~3월)에 도입된다. 혜택을 보려면 신용등급을 매기는 나이스신용평가와 코리아크레딧뷰 2곳 홈페이지에 접속해 통신비, 공공요금 등의 6개월 납부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CB사 2곳은 이를 위해 조만간 홈페이지에 전용 접수란을 만들 예정이다. CB 고객센터에 우편이나 팩스로 납부실적을 보낼 수도 있다. 통신비를 6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으면 가점 5점을 얻고, 36개월 이상이면 신용점수 50점이 올라간다. 금감원은 가점 5점이 반영되면 대략 320만명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통신비를 연체 없이 잘 내면 혜택을 받지만 반대로 통신비를 못냈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기 때문에 통신비를 연체했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내려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도 도입으로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연체는 없지만 신용거래 실적이 모자라 대부분 4~6등급으로 낮게 평가된다. 대략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0대는 신용등급이 낮아 급전을 빌릴 때 대부분 금리가 연 20~30%대인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는데 앞으로 비금융거래 실적만 좋아도 신용등급이 개선돼 은행 이용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최대 420만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인 신용등급은 CB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CB사들은 1년에 두번 본인 신용등급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