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서울에 있다”…인요한에 일갈한 이준석, 일대일 회동 불발

by김기덕 기자
2023.11.04 18:00:31

부산 경성대 토크콘서트 찾았지만 회동 불발
李 “대화 위한 선결조건 해결 안돼…할말 없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았지만 기대했던 일대일 회동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객석에 앉은 인 위원장을 향해 영어로 “(우리 둘의)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할 말이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결국 이날 토크콘서트 직후 인 위원장은 곧장 현장을 떠났다.

인 위원장이 이날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준석&이언주 톡!톡!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예정된 없던 깜짝 방문이라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지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일대일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객석에 앉은 인 위원장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심판한 유권자의 소리를 듣고 왔냐. 그것이 선결 조건이다”며 “그렇지 않다면 제가 드릴 말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인 위원장을 향해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 인요한 박사님, 이노베이션(혁신)보다 레볼루션(혁명)이 나을 것 같습니다. 혁명의 일부가 되세요(Be a part of it)”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별다른 반응 없이 이 전 대표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후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가 종료되자 인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며 밖으로 나갔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토크콘서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전 대표는 ”최근 인요한 위원장의 행보는 참으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며 ”어떤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아직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아주 흔하디 흔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관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에게) 의사이신데 제가 환자입니까? 이준석이 환자라 절 찾아온 것인가? 환자는 서울에 있다. 답변을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을 받아들여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의 징계를 취소하기로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과 10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공개 비난 등을 이유로 총 1년 6개월의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 혁신위의 결정으로 결국 징계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이 전 대표는 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이) 뭘 하겠다고 왔는지 본인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아직 연락이 오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우선 한 번은 만나야 된다는 식의 ‘미션 채우기’ 숙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