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목표도 낮췄지만..역대 최악 성적표 예상

by최선 기자
2016.12.19 08:29:03

1~11월 누적 수주량 지난해의 5분의 1에도 못미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조선업계가 연간 수주목표를 반토막 이상 줄이는 등 당초 목표보다 낮춘 기준으로 일감 확보에 나섰지만, 올해 대형 조선 3사가 역대 최저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악의 세계 교역 위축과 이에 따른 해운운임 하락이 선박 발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현대중공업(009540)그룹(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대형 조선 3사의 연간 수주액을 모두 합친 금액은 총 68억 9000만달러(8조 18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시기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부문 수주액인 135억달러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액수다. 올해를 불과 열흘여 남긴 상황에서 막판 수주전에 나서고 있지만 10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들 회사는 올초 연간 수주목표액을 약 3분의 1 정도씩 낮춰 잡고 수주전에 나섰지만, 이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수주목표(조선·해양 부문) 58억 4100만달러의 77.7%, 삼성중공업은 목표치인 53억달러의 15.1%, 대우조선은 35억달러의 44.2%의 수주액을 달성했을 뿐이다. 1~11월 수주 누적액으로 따지면 올해 조선 빅3는 53억3000만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인 279억2900만달러의 19.1%에 불과한 수주실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말 11개월만에 수주를, 대우조선은 이달 5개월만에 일감을 따냈다. 수주목표를 낮추지 않았더라면 조선 3사의 같은 기간 수주달성률은 16.4%에 그칠 뻔했다.



이처럼 조선업황이 최악을 보이는 이유는 교역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황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액화천연가스(LNG)·원유 운반선의 발주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글로벌 신조 발주는 321척(2290만DWT)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으며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A-max급 이상) 발주 척수는 35척에 불과했다. LNG선 시장의 경우 유휴선박 증가로 용선료가 척당 일일 2만달러로 2011~2012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어 조선업계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도 발주가 뜸한 데다, 후판 가격 인상은 선박의 가격경쟁력을 해치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내년 1월부터 후판가격을 t당 12만원 이상씩 인상할 예정이다.

통상 가장 많은 후판이 들어가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신조가가 900억원 수준이다. 후판이 척당 약 4만t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48억원 가량 가격이 상승하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제품 가격 인상 등 조선업을 둘러싼 모든 조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수주전에 열심히 뛰어들고 있지만 수정된 연간 수주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는 회사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 매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