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기준금리 인하 행렬…`자산버블 부추길라` 우려 커져
by이정훈 기자
2015.06.12 08:22:24
블룸버그통신 보도..뉴질랜드-韓 이어 中-호주 동참할듯
"亞 중앙은행들 진퇴양난".."버블 방지대책 병행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다시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나서고 있다.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로 인해 자산가격 버블(거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뉴질랜드와 한국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호주와 중국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 모두가 나름대로의 자산 버블 우려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는 주요 대도시에서의 부동산 버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 역시 계속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글렌 스티븐슨 호주중앙은행(RBA) 총재 스스로가 “시드니 집값이 미친듯이 날뛰고 있다”고 언급한 정도로 부동산 버블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전날 스틴븐슨 총재는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중국도 전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주식시장 랠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가며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앙은행들로서는 성장 악화와 고용시장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자산가격 붕괴가 나타났을 때 그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도 결국 중앙은행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프레데릭 노이만 HSBC홀딩스 아시아 경제리서치 대표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진퇴양난의 지경에 빠져 있다”며 “추가 부양이 버블을 키울 수 있다는 위험을 잘 알면서도 경기 침체에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대로 경제지표가 흘러가고 있다보니 주식시장 버블에도 불구하고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한국도 예상치 못한 메르스 발병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침체를 겪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뉴질랜드도 오클랜드 집값이 5월에만 16% 급등하며 11년만에 가장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원자재와 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성장률이 반토막나고 있다. 호주 역시 시드니 등 주요 대도시 집값이 5월 평균 15% 뛰었다.
카레스 레더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버블을 방치해두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위험은 더 커진다”며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집값 뿐만 아니라 부채 버블 등이 금융시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등 `큰 칼`을 쓰기보다는 보다 타깃팅된 `작은 칼`을 쓰거나 거시건전성 규제를 병행해야할 것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인민은행은 더이상 금리나 지준율 인하에 나서기보다는 인프라 투자나 중소기업 등 특정 영역에 집중된 지원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도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지난 2월 홍콩처럼 통화완화를 진행하면서도 부동산시장과 대출 과열을 막기 위해 대출요건을 강화하거나 세금을 늘리는 정책을 함께 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