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 회장, 대한항공 높아도 걱정 낮아도 걱정

by하지나 기자
2013.09.22 15:30:48

대한항공 주가 상승..공개매수때 한진칼 지분확보 유리
한진-한진칼-정석기업 순환출자 해소 때는 불리
중국발 장거리 수요 개선vs펀드멘털 개선 신호 미약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분할재상장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절차를 고려하면 대한항공 주가가 높아도 걱정, 낮아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17일 대한항공은 전일대비 1.64%(600원) 낮은 3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 분할 재상장 첫날 9% 넘게 상승한 후 차익실현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난 8월1일 대한항공을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대한항공과 투자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신설회사 한진칼로 인적분할했다.

향후 한진칼은 지주사 요건(상장자회사 20%, 비상장자회사 40%)을 충족하기 위해 대한항공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한진-한진칼-정석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주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공개매수는 대한항공 주가가 높을수록, 순환출자 해소는 대한항공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을 매입하는 대신 신주를 교부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도 공개매수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체제에서 대주주는 한진칼 지분만 제대로 가지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 주가가 높을수록 좋다.

반면 순환출자를 해소할 때는 정반대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합병해야 한다. 또 합병 성공률을 높이려면 일반주주 비중이 적은 비상장사 정석기업과 한진칼 또는 정석기업과 한진이 합병하는 게 적절하다.



그러나 대한항공 주가가 상승하면 공개매수 과정에서 한진칼의 신주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 한진칼의 순자산가치가 확대되면 한진칼(또는 한진)의 배정주식 수는 줄어들게 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대한항공 주가가 높다고 무조건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항공의 향후 주가 전망도 증권사마다 엇갈리고 있다. 항공업 펀더멘털 개선 신호가 아직 미약하다는 의견과 중국발 장거리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인 실적부진 요인인 여객의 고수익노선인 일본노선 부진은 장기화태세에 있다”며 “4분기 항공화물 픽업도 다소 이른 기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칼 1만1000원, 대한항공은 3만4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도 “일본 노선 업황의 악화속도는 점차 진정되고 있으나, 아직 개선의 조짐은 없다”며 “중국노선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되어 있어 방향성이 불분명하고 항공화물의 회복도 뚜렷한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노선이 고성장하고 있고, 일본노선 역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적자국면을 탈출했다”며 “실적은 3분기를 저점으로 전년동기 대비 회복추세가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2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