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담백, 제자는 파격… 사제간의 ''도예 열전''
by조선일보 기자
2010.03.16 12:00:00
| ▲ 원경환의〈잡기(雜記) 1012〉(사진 위)와 이헌정의〈스툴과 새〉. / 이화익갤러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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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홍익대 도예과 스승과 제자 사이인 원경환과 이헌정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전시장 1층과 2층을 나눠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장 2층에 자리 잡은 스승 원경환은 《잡기(雜記)》라는 전시 제목을 붙였다. 이전에 주로 검은빛이 도는 도예작품을 선보였던 원경환은 이번에는 흙과 나무·철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섞어 감각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담배통과 고가(古家)에서 찾아낸 문짝 등을 이용해 간결하면서도 은은한 향(香)이 배어 있는 오브제를 만들었다. 아내가 쓰던 화장대를 개조해 만든 작품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공간인 서랍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작품들은 검게 탄 숯처럼 보이는 나무와 녹슨 철, 검은 흙이 어우러져 미니멀리즘 분위기를 자아낸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철 받침대 위에 올려진 오브제들은 담박한 맛을 낸다. 작가가 '자화상'이라 부르는 작품 〈잡기 1011〉은 액자를 꺾어지게 만들어 액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었다.
제자 이헌정은 작년 바젤에서 열렸던 디자인 페어에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그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헌정은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한 브래드 피트가 콘크리트로 짓는 집에 놓을 벤치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헌정은 《間·用(간·용)》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오브제와 도예작품을 함께 내놓았다. 달항아리 같은 전통적인 도자기 작품과 함께 설치작품이 같이 전시되고 있다.
최근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이헌정은 "다양한 곳을 여행하듯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자유롭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장작 가마에서 너무 온도가 높아져 반쯤 허물어진 그릇도 나왔고, 흙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든 작품도 나왔다. 콘크리트로 만든 작품은 생경함보다 신선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