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2.01 09:21:44
저금리 특수… 주택시장 다시 들썩이나
지분형 아파트 도입 등 新정책 기대감 높아
각종 규제 안풀리면 ''조기회복''은 어려울 듯
[조선일보 제공]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 아니야."
작년 말까지만 해도 가파르게 치솟던 금리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자 주택업계는 '저금리 특수(特需)'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다가 부동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던 펀드 열풍도 주가 하락으로 시들해지면서 시중자금의 주택시장 유입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주택시장 과열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경쟁
지난해 각국 정부가 집값 안정과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으나 서브프라임 대출위기를 계기로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경쟁을 펼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신용이 우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대출해준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커지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주가가 치솟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 일시적으로 치솟았던 국내 금리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돼 주택담보 대출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펀드·주식에 몰렸던 돈 다시 부동산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은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다면 연말까지는 현재 금리 하향 안정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저금리 시대가 마감되고 고금리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크게 늘어나 매물이 늘어나고 주택 매수세가 줄어 집값 안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다시 저금리로 돌아선데다 주식시장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부동자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양용화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으로 자금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며 "차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은 재개발·재건축 시장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각종 규제가 완화될 경우, 다시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일본식 버블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조심스럽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회복하기에는 변수 많아
그러나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탈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최근 나타난 금리 인하는 과거 저금리와 달리,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효찬 연구위원은 "작년까지의 저금리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중국·인도의 저렴한 상품 수입에 근거한 저물가 현상으로 빚어진 것이었다"며 "그러나 현재의 저금리 추세는 경기침체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서 상담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주택이 아니라 상가 등 수익성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 분양이 예상되는데다 인수위도 분양가의 51%만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지분형 아파트를 도입하기로 한 데 따른 기대감으로 주택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는 것.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저금리보다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지 않은 이상 저금리가 주택시장의 조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는 안전판 정도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