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서 비빔밥집 차리고 싶어요
by조선일보 기자
2007.11.22 11:24:00
World Table
중식대가 천중밍, 한식을 말하다
[조선일보 제공] 천중밍(陳忠明·50·사진) 중국 양주(揚州)대학 관광요리대(旅游烹?學院) 교수는 중국 정부가 공인한 ‘중국요리명장(中國烹?大師)’이다. 인구 13억 중국에서도 명장 칭호를 받은 요리사는 100명 남짓. 이 중화요리의 달인이 한국음식에 빠져 있다. 진 교수는 “2개월 전 대전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교환교수로 온 것도 중국에서 한국음식의 인기가 단순히 한류 열풍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라면서 “유명 한정식집을 다니며 한식을 비교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를 창의적으로, 모던하게 해석한 한식을 내놓는 삼에서 만났다.
“한국 영화와 음악, 드라마의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들이 먹는 음식에 관심이 생겼고, 동시에 한식을 맛볼 기회가 많아졌죠. 특히 ‘대장금’이 인기를 끌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중국인들도 트렌드를 좇지만, 그건 한순간입니다. 워낙 고집 센 민족이라서요. 중국인에게 맞는 한식을 제공하되, 정통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게 풀어야 합니다. 한식은 담백하고 깔끔하며 건강에도 좋아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 같습니다. ‘대장금’ 이후 양주에도 ‘한국관’이라는 꽤 큰 식당이 들어섰는데, 인기가 대단해요.”
“밑반찬을 매우 좋아합니다. 무료인데다, 발효식품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입니다. 고추장을 너무 좋아해요. 하지만 모든 음식이 고추장으로 범벅을 해서 그 특징을 잃는 건 걱정스럽습니다. 가끔 길에서 떡볶이를 사먹을 때 느끼는 거지만, 잘못하면 북경(北京)음식처럼 두루뭉술 무(無)개성한 음식으로 바뀔까봐요. 잘 만든 고추장의 특성을 살리는 음식이라면 좋습니다. 맛깔나는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이 좋은 예지요. 저도 언젠가는 중국에서 비빔밥 식당을 해보고 싶어요. 이 곳 ‘삼’의 고추장찌개도 아주 좋은데요.”
“네. 간이 심심한 능이비빔밥과 잘 어울려요. 물론 보리로 담근 고추장 자체의 맛이 좋은데다, 재료마다 집어넣고 익히는 순서와 시간을 정확하게 맞췄기 때문인지 질감이 살아있네요. 요리하는 사람이 조금만 더 신경쓰면 기대 이상의 요리가 탄생할 수 있어요. 반대로 한순간 게을리하면 엉망이 됩니다.”
“다른 한정식집에 없는 독창적인 요리면서도, 한식의 정통성을 유지한 느낌입니다. 실내 장식에도 음식처럼 섬세함이 배어 있어요. 음식 재료부터 맛, 모양 등이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감동을 줄 것 같습니다. 빈대떡의 맛과 질감이 훌륭하며, 쇠고기 수육은 본연의 맛이 유지돼 기쁩니다. 회양(淮揚)요리 같아요.”
“회양요리란 남경(南京)과 상해(上海)가 있는 양주지역의 요리를 일컫는 또다른 말입니다. 해외에선 ‘상해요리’로 흔히 알려졌죠. 요즘 행정구역으론 장쑤성(江蘇省)에 해당합니다. 이 지역은 호수와 강이 많고, 물이 맑아서 간장과 술이 진품입니다. 재료 자체가 지니는 본연의 맛을 살려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여러 지역 요리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꼽는 4대(大) 요리 중 하나입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 광둥·복건요리입니다.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남동지역 음식입니다. 해산물이 주 재료입니다. 해산물 맛을 살리기 위한 ‘반생반숙(半生半熟)’이 특징입니다. 북경요리는 궁중음식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조리법이 뒤섞이다 보니 두루뭉술하단 느낌이 들어요. 요즘 특히 더 그래요. 사천(四川)요리는 사천·운남·귀주 지방입니다. 건조한 날씨 덕분에 맵고 자극적인 고추나 후추 같은 향신료가 잘 재배됩니다. 그래서 맛과 향이 강합니다. 근래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답니다. 젊은 여성들이 매운맛을 즐기는데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까지 돌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 국가 차원의 요리 경연대회도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친 요리 개발을 낳았습니다. 음식 재료가 지닌 자연의 향미가 사라지고, 장식과 각색이 난무합니다. 중국도 각성하고 다시 예전처럼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음식을 보존 개발해야 합니다.”
“음식은 영양을 목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야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음식 재료부터 소중히 연구하고 다루는 마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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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443-0300 오전 11시30분 ~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씨네시티 골목 안으로 100m 들어가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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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수육찜 3만8000원
● 묵은지를 곁들인 삼겹살찜 3만5000원
● 오색육회 3만5000원
● 화족 3만2000원
● 낙지벼락무침 3만2000원
● 빈대떡 2만4000원
● 능이우설찜 8만원
● 능이버섯과 한우구이 5만원
● 능이비빔밥 1만8000원
● 보리고추장뚝배기 1만2000원
● 능이온반 1만8000원
● 어린 댓잎 잔치국수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