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삼우 기자
2007.07.08 23:49:12
[자카르타=베스트 일레븐 임성일 기자] “그래도 한국은 강하다”
먼저 다가온 것은 그쪽이었다. 목에 걸려있는 프레스 카드를 보고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넉살 좋게 다가와 한국대표팀과 관련된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 수확도 나쁘지 않았던 만남이다.
“이동국을 제외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이 모두 빠졌고 캡틴 김남일까지 잃었으니 타격이 좀 있겠다. 그럼 지금 한국대표팀의 주장은 이운재인가? 이천수의 프리킥 능력은 정말 환상적이다. 근데 유럽진출은 어려운 것인가?”
인도네시아의 스포츠 격주간지 ‘볼라(BOLA/영어로 ball)’의 기자라고 소개한 에르윈(Erwin Fitriansyan)은 한국축구에 대해 기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축구기자라는 직업상, 게다가 아시안컵에서 한 배를 탄 상대국 한국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은 없으나 ‘그저 일’이기에 특별히 관심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실상 인도네시아의 축구 열기는 상당하다. 주말이었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곳곳에서 우리의 조기축구회쯤으로 보이는 이들의 경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묵고 있는 호텔의 직원이 대뜸 “안정환은 안 왔는가?”라고 물어본 것도 높은 관심의 예가 되겠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통상적으로 그렇듯, 인도네시아의 자국리그 활성화도 높은 편이다. 에르윈 기자는 “아마 놀랄 것이다. 우리는 1부리그에 무려 36개 클럽이 있다. 이들이 18개 팀씩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치고 각각의 상위 4팀이 토너먼트를 치러 챔피언을 가린다. 우리보다 많은 클럽으로 구성된 리그도 없을 것”이라며 자국리그 ‘Liga Indonesia’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자국리그도 그렇지만 특히 유럽리그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잉글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같은 아시아인인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에 대한 인지도는 확실했다.
에르윈 역시 기자라는 신분을 잠시 망각한 채 “TV로만 보았던 박지성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설렜는데 못 온다는 소식에 정말 실망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솔직히 인도네시아와 한국 경기에 대한 승패는 큰 관심 없다. 정말로 프리미어리거들을 보고 싶었던 것”이라는 속내까지 가감 없이 드러냈으니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축구강국이나 유명클럽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주요 선수들의 포함여부를 확인하고 혹여 빠졌을 때 허탈함을 자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니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하도 주축선수들의 이탈을 아쉬워하고 또 걱정하기에, 그렇다면 현재 한국대표팀의 전력은 기대 이하인가라는 질문에 에르윈 기자는 주저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은 강하다. 프리미어리거들이 빠졌다 해도 전체적인 전력은 차이가 없다. 여전히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고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립서비스’ 차원을 배제할 수 없으나 마냥 허풍처럼 들리지만도 않았다. 일정이 언제까지냐고 물어 한국 성적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그럼 끝까지 있겠다”며 웃는다. 그의 말대로, 과연 결승전이 끝날 때까지 여정이 이어질 수 있을까.
[편집자주]이데일리 SPN은 현지에 파견된 국내 최고 전통의 축구 전문 월간지 '베스트 일레븐'의 임성일 기자를 통해 47년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소식을 생생하고 깊이있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