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 이혼하자던 전처, 이제와 양육권 주장 어떡하죠”[양친소]

by백주아 기자
2024.10.05 07:00:02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결혼 15년 만에 아내의 부적절한 관계로 이혼하게 됐습니다.

아내는 남자한테 눈이 멀었는지 아이도 키우지 않겠다며, 저에 대한 온갖 거짓 비난까지 서슴지 않으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눈치 보는 초등학생 아이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아내가 원하는 대로 이혼했습니다. 친권과 양육자는 저로 지정이 됐고요.

전 처는 이혼 후 약속한 위자료와 재산분할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양육비는커녕 아이를 만나러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 처가 아이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더군요.

그즈음 저도 비슷한 처지의 한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어느덧 결혼까지 약속했고요. 그렇게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전처가 아이를 통해 제 결혼 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전처는 새엄마 밑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자신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면접교섭 중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있으려 해 아이가 놀라 심하게 울고 힘들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겁먹은 아이가 면접교섭을 거부하니, 이제는 제가 면접교섭을 방해한다며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가족을 버린 건 아내인데, 이제 와서 친권자 및 양육자를 자신으로 변경해달라는 청구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전처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혼 당시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했다 하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양육자의 변경이 가능합니다(민법 제837조 제5항, 제909조 제6항). 변경할 필요성만 인정된다면, 부모가 합의하여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 또는 조정에 의하여 친권자 및 양육자가 정해진 경우에도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친권자는 가정법원의 심판을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양육자는 당사자 간 합의로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양육자 변경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양육자 변경을 청구해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이 가능한 경우로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자녀의 연령, 부모의 소득 및 재산상황 등 그 밖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변경하는 것이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을 허용합니다.



△가정법원은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가사조사나 양육환경조사뿐 아니라, 심리검사, 상담 회부 등 조정조치명령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연처럼 면접교섭에서 자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법원은 가사조사관으로 하여금 자녀의 진술을 직접 청취하도록 하거나 심리검사를 통해 자녀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자녀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녀의 의사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절차 진행이 완료되면 가사조사 보고서와 상담 보고서가 담당 재판부에 제출되고, 재판부는 해당 자료들을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심판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데요. 이 때, 자녀가 가사조사 등 절차진행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오로지 담당 재판부만 볼 수 있고 부모 양 당사자에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양육자가 재혼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친권자 및 양육자를 변경할 수 없습니다. 사연에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이 가능하려면, 사연자의 재혼 배우자와 자녀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음에도 사연자가 이를 방치하고 자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 경우처럼 사연자가 양육자로서 부적합하다는 사유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데요. 사연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또 가정법원은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청구에 있어, 과거의 양육 태도나 면접교섭 과정이 어떠했는지도 살펴봅니다. 전처는 상간자와 헤어지기 전까지는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과 양육비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상간자와 헤어지고 나서는 자녀를 양육하겠다면서 면접교섭 중 자녀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의 귀가를 방해하는 등으로 자녀의 복리를 위협했습니다. 사연자의 전처가 주장하는 변경의 사유와 그간의 행동에 비추어 보면, 사연자의 전처가 가정법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청구를 한다 하더라도 인용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사연자의 전처가 자녀의 양육권을 확보할 목적에서 자녀의 귀가를 방해하고 자녀에게 겁을 주는 사건이 있었으므로, 사연자가 자녀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기까지 면접교섭의 진행을 보류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연자의 전처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결국, 가정법원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요. 면접교섭의 경우에도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 배제, 변경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 2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