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수요 꺾였다"…K패션 유치 사활 건 백화점
by백주아 기자
2023.11.05 14:48:35
MZ 겨냥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팝업·입점 봇물
백화점 명품 매출 2달 연속 역신장 실적 타격
더현대 서울, 개점 후 200여개 신진 브랜드 선봬
갤러리아, 팝업 하루 매출 1억원…명품과 버금가
롯데百, K패션 브랜드 유치 넘어 육성 집중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백화점업계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명품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해 인기 K패션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 지난 8월 25일 갤러리아백화점 ‘스투’ 팝업 현장.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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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현대백화점(069960)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약 2년 3개월간 총 200여개의 신진 토종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더현대 서울은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끈 국내 패션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입점했다. 최근에는 △미스치프 △세터 △드파운드 등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신진 패션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였다.
색다른 MD 구성은 MZ세대 유입을 이끌었다. 더현대 서울 구매 고객 중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전체 65%를 차지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판교점 유플렉스관과 더현대 대구에 이어 올해는 목동점을 MZ세대가 선호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로 채웠다. 회사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에 백화점 1호 매장을 낸 K패션 브랜드 ‘시에’는 올해 연말 기준 영패션 브랜드 최초로 단일 매장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2030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더현대 서울과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 지난 2월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앞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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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452260)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팝업으로 MZ세대 ‘오픈런’ 성지로 떠올랐다. 개성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유치하면서다. 실적도 좋다. 갤러리아에 따르면 폴리테루 팝업 첫날 매출은 1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8월 진행한 국내 남성패션 브랜드 ‘스투’ 팝업 매출도 사흘간 1억원 넘는 매출을 냈다.
롯데쇼핑(023530)이 운영하는 롯데백화점도 본점·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본점은 △마뗑킴 △렉토 △엔더슨벨을 연이어 오픈하면서 영패션 브랜드 2030 매출 구성비가 15%포인트 상승했다.
| 지난 6월 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아더에러 오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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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점의 경우 지난 6월 전 세계적 K패션 열풍을 주도하는 ‘아더에러’ 매장을 수도권 백화점 최초로 열어 수백명의 고객이 오픈런을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같은 달 국내 유통사 최초, 최대 규모로 문을 연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은 개점 후 5개월 간 외국인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인기 K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육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13~22일에는 서울시 및 △키셰리헤 △아티스트웨어 △포셔드 등 총 10개 K패션 브랜드와 함께 ‘서울 라이프, 서울 스타일’ 행사를 진행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비건타이거 △므아므 등 13개 K패션 브랜드가 참여하는 ‘K패션 기획전’을 열고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진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화점업계가 K패션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명품 수요 감소와 연관이 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명품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명품 일변도의 상품 기획(MD)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 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명품 매출은 -3.5%를 기록하며 8월(-7.6%)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품 매출이 두 달 연속 역신장한 것은 기록한 2015년 2~3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해외 명품 브랜드가 1층에 자리 잡고 있느냐가 백화점 경쟁력으로 평가되던 시절은 갔다”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미래 백화점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