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쏠림?.."시장 과열보다 산업 구조 변화 때문"

by최정희 기자
2020.07.09 08:16:57

메리츠증권 보고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증시가 지난 달 하순 대비 재차 반등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 과열 지표를 살펴보면 오히려 바닥권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 소수 종목을 중심으로만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쏠림 현상이기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술 혁명과 경기침체가 맞물릴 경우 산업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데 현재가 그런 시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일 보고서에서 “시장 과열 지표인 상대강도지수(RSI·Relative Strength Index)는 바닥권”이라며 “시장의 과열을 없고 종목 쏠림에 대한 걱정만 있다”고 설명했다. RSI는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전일 가격에 비해 상승한 변화량과 하락한 변화량의 평균값을 말하는데 통상 70 이상을 과열로 해석한다.

이 팀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전체 구성종목 중 2.5% 종목만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코스피의 경우 현재 3.3% 종목만 RSI가 70 이상”이라며 “미국은 RSI 과열 종목 비중이 20%대 이상일 경우, 우리나라는 15% 이상일 때 대체로 주가 조정이 발생했는데 현재는 시장 과열과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대신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팀장은 “언택트(Untact) 종목들의 나홀로 강세를 보면 주가 쏠림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가 여전히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마트 팩토리의 ‘키엔스’, ‘주가이제약, ’소니, 닌텐도‘ 등이 시총 순위가 높아졌다. 캐나다는 전가상거래 플랫폼 구축 서비스 업체인 ’쇼피파이‘이 시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 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시총 1위를 기록 중이고 독일 역시 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코로나 전후로 주식시장 지형 변화, 주도 업종의 쏠림이 강한 것은 그 만큼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라며 “변화를 가속화한 것은 코로나가 야기한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술변화 역사를 보면 기술혁명 초입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경기침체와 같은 고통이 수반될 때 성장을 위해 기술 발전, 확산이 가속화됐던 경우가 많았다”며 “스마트폰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에는 침투율이 10%에도 못 미쳤지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침투율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기도 이때부터”라고 덧붙였다.

또 기술혁명 후반부보다 초반부일 때 경기침체가 나타나면 그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도 빠르게 반영된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2000년대 전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은 기술 침투율 초반부와 후반부에 두 차례 경기침체가 나타났는데 전자는 침투율이 빠르게 확대됐으나 후반부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전기차, 2차전지, 5G 등 신성장 산업의 침투율은 5%에도 못 미친다. 기술 변화 초반에 있단 얘기다. 이 팀장은 “현재 전기차 침투율은 3%에 못 미치고 5G는 국내 기준으로 4%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침투율 0~10%, 10~20% 구간이 침투율과 주가 탄성이 가장 강한 구간”이라며 “’낙관‘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사례를 보면 기술 침투율 10% 전후에선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이 팀장은 “경험칙에서 본다면 신성장 산업의 침투율이 10% 전후가 된 지점에서 주가는 중기 변곡점을 맞게 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주가 관성이 바뀔 시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