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미투 후폭풍, 성폭력 교수 퇴출에 수업 파행 잇따라

by노희준 기자
2018.03.07 08:30:00

제주·서울예대·서울시립·명지·세종대 등 교수 성추문 휩싸여
제주대 상경대 교수 수업 배제로 일부 과목 수업 차질 빚어
서울예대서는 과목 폐강도…서울시립대도 1과목 파행

[이데일리 노희준 권오석 기자]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후푹풍에 휩싸인 대학가에서 수업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학 측은 징계절차를 밟는 동시에 대체 교수 확보를 통해 수업 공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후임 교수를 정하지 못하거나 아예 수업을 폐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성추문에 휩싸인 대학은 제주대를 비롯해 서울예대, 서울시립대, 명지대, 세종대 등이다. 학생 성추행 혐의로 교수 2명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제주대는 6일 송석언 총장이 직접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치 대책 등을 발표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사범대 소속 A(53)교수와 경상대 소속 B(45)교수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제주대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총장 직권으로 각각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해당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아직 제주대는 두 교수 중 경상대 B교수의 후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제주대 관계자는 “어제 B교수의 수업 배제에 대한 공문을 단과대학에 발송해서 후임 교수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1주차 수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B교수는 이번 학기에 4과목을 맡을 예정이었다. 다행히 A교수는 대체 교수가 선정돼 현재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예대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연출가 오태석씨가 맡던 2과목 중 1과목을 폐강했다.

서울예대 관계자는 “오씨는 지난 2006년에 정년퇴임을 하고 계약직 강사로 있었다”며 “이번에 계약을 파기하는 걸로 결정이 나서 한 과목은 강사로 대체했지만 다른 한 과목은 신청했던 4명의 학생을 다른 수업으로 돌려 폐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대는 또 다른 성추행 의혹의 대상자인 배우 한명구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고 한 씨가 맡던 3과목은 모두 강사로 대체했다.

‘여학생 강제 키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만엽 교수가 있는 서울시립대 역시 당분간 박 교수가 맡던 과목의 경우 파행이 불가피하다. 진상조사에 나선 서울시립대는 박 교수 강의를 일단 모두 휴강했다. 서울시립대 양성평등센터 관계자는 “박 교수를 면담한 뒤 결과에 따라 이번 학기 강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휴강한 강의를 강사만 바꿔 진행하거나 폐강을 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일부 학교에서는 발 빠른 대처로 수업 공백을 막고 있는 곳도 있다. 남자 교수진 전원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는 대체 강사를 섭외해 6일부터 정상 수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연극영상학과는 지난 2~5일 3차례 휴강이 불가피했지만 5명의 강사가 7~8개의 강의를 나눠 맡아 진행 중이다. 이 학과 재학생 A양은 “지금은 폐강 혹은 휴강 없이 예정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등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대도 제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김태훈 교수의 수업을 빠르게 대체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지난주 2일부터 성폭력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현재 김 교수는 직무 정지로 수업에서 배제했고 김 교수의 2과목은 다른 교수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병수 겸임교수는 지난해 12월 학교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