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발굴에 고객정보제공까지...중견기업 부설연구소의 끝없는 진화

by박철근 기자
2016.11.28 07:00:00

제품 개발 위한 단순 연구→업종 관련 정보 제공 및 컨설팅으로 기능 확대
대유위니아, 김치맛 연구에 20년 이상 공들여
이브자리, 양질의 수면 정보 제공으로 고객 접점 확대
바디프랜드, 전문의료진 포진해 의학적 효과 입증 주력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중소·중견기업 부설 연구소들이 끝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업종 관련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기업 이미지 개선 및 신사업 진출의 창구 역할까지 전방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기존 R&D 전담부서 역할을 하던 부설 연구소는 각사 생산제품의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는 전진 기지에 그쳤었다.

업계는 중소·중견기업의 부설연구소가 진화를 거듭하는 주요 배경에는 연구소의 질적역량 강화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부설연구소는 2006년 1만2698개에서 2015년 3만4022개로 약 3배 늘었다.

◇대유위니아, 김치 맛 연구 외길 20년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대유위니아(071460)는 지난 1993년 김치냉장고 개발 단계부터 김치연구소를 설립했다. 김치연구소는 김치냉장고의 다양한 기능개발과 함께 김치의 맛도 함께 연구하는 곳으로 김치냉장고 R&D 인력(50명)의 14%가 김치맛과 효능에 대한 연구만을 전담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여년간 연구소는 150여만 포기의 김치를 담그면서 김치냉장고에 저장·보관되는 김치의 각종 성분 변화와 김치 맛의 기호도를 평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김치 맛을 유지하고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유위니아는 전기밥솥 시장에 진출한 이후 밥맛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위해 지난해 2월 김치연구소를 ‘발효미과학연구소’로 확대·운영중이다.

직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량 판매하던 김치 사업도 별도 사업부서(딤채식품)를 꾸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딤채식품에서 판매하는 김치도 발효미과학연구소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맛과 영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종인 대유위니아 발효미과학연구소장은 “20년 넘게 김치 하나만을 연구하면서 맛있는 김치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있다”며 “김치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과 발효 기술력을 통해 기능성 김치 연구를 강화중”이라고 설명했다.



침구전문업체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연구원(오른쪽)이 수면습관 및 자세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브자리)
◇기술개발·소비자 접점 강화 ‘두 마리 토끼’

침구 전문업체 이브자리도 지난 2003년 수면환경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은 8명의 전담인력이 수면에 대한 기초 연구와 편안한 수면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회사 공식 블로그에 ‘수면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수면환경연구소는 수면환경 연구뿐만 아니라 극세사의 정전기를 획기적으로 감소한 ‘엔바이오(N-BIO)’라는 물질을 개발했다. 엔바이오는 천연 키토산이 주성분인 섬유 가공제로 △항균 방취 △섬유 악취 제거 △정전기 발생 및 곰팡이 서식 억제 등의 효능이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고진수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최근에는 2년 간의 연구 끝에 집먼지 진드기가 침구에 접근과 서식을 못하도록 하는 알러지 케어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했다”며 “정부지원으로 질 좋은 수면환경 및 수면건강을 위한 상품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인력 영입으로 객관성 극대화…신사업 검토 기반도 마련

엔지니어가 아닌 전문인력을 채용해 제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곳도 있다.

안마의자 전문기업 바디프랜드는 지난 3월 메디컬 R&D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정형외과·신경외과·가정의학과 등 전문의료진만 6명이 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안마의자 효과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개선·발전시켜 의료기기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디컬 R&D센터는 국내 대형병원 등 의료계와 전문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안마의자의 의학적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와 컨설팅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조수현 바디프랜드 R&D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의사로 개별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개발에 기여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며 “헬스케어 제품을 인체공학적으로 개발하고 의학적 효능을 갖도록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 지역 거점별로 메디컬 센터를 설립해 제품과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종인(사진 왼쪽부터) 대유위니아 발효미과학연구소장, 고진수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 조수현 바디프랜드 메디컬 R&D센터장. (사진= 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