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이야깃거리 만드는 車’ 지프 랭글러
by김형욱 기자
2015.09.26 10:00:00
보기 드문 정통 오프로더.. ''불편함마저 재미로 승화''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동이다. 대중교통과 달리 비교적 자유롭게, 도보나 이륜차보다 상대적으로 안락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자동차의 그다음 목적은 이야깃거리다. 우리 삶 속 자동차는 이야기를 만드는 소품이기도 하다. 집 다음으로 비싼 ‘상품’이자 필수품으로 살 때부터 이야깃거리다. 게다가 집은 일상이지만 차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특징도 있다. 누구나 젊은 시절 첫차, 새로 산 차, 또 여행 때 탔던 특별한 차를 기억한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최근 시승한 지프의 랭글러는 자동차의 두 번째 목적을 극대화하는 ‘녀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공식 수입사를 통해 새 차로 살 수 있는 승용차 중 가장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이 차를 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인생 이야기가 확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시승은 혼자, 많아야 둘이서 했다. 어디까지나 일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지프의 오프로드를 꿈꾸던 많은 지인이 하나둘 모였다.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열 명 가까이 이 차를 함께 타고 웃고 떠들고 즐겼다. 심지어 사진촬영 중에는 길 가던 아저씨도 와서 이야기를 걸었다.
첫인상은 ‘짚차’로 불렀던 옛 SUV 느낌 그대로다. 공기저항계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투박하고 각진 디자인, 편안하다고 하기에는 거친 장치들, 모든 게 새롭다. 다른 차와는 접근 방식이 아주 다르다.
지프는 원래 1940년대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차 윌리스 MB가 모태다. 윌리스는 전쟁 후 AMC로 바뀌었고 1987년 현재의 크라이슬러(FCA·피아트-크라이슬러)에 합병됐다.
시승 모델의 정확한 명칭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Unlimited)였다. 지프는 브랜드명, 랭글러는 차명이다. 루비콘은 천장이 플라스틱으로 된 정통 오프로더, 사하라는 전체가 강판으로 된 약간의 현대식 모델이다. 언리미티드가 붙으면 4도어 5인승, 붙지 않으면 2도어 2인승이다.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5740만원이다.
이 차도 사실 상당히 현대적으로 변했다. 예전엔 더 투박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투박했던 클래식 타입의 차들이 미끈해진 걸 고려하면 이 차는 여전히 옛 느낌이 가득하다.
|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뒷모습. 요즘 보기 힘든 외부 부착 스페어 타이어가 눈길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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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여건상 도심 위주로 했다. 이 차라면 산을 한 번 탔어야 했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도심 주행도 나쁘지 않았다. 이 차는 도심도 거친 느낌으로 달려 준다작다고 할 수 없는 진동·소음도 마치 ‘소품’ 역할을 한다. 좌석 위치가 높다. 눈높이도 높다.
일반 도로의 가속 성능이 생각보다는 좋다. 배기량 2.8리터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 파트타임 사륜구동(네바퀴굴림) 방식이 조합됐다. 분당 엔진회전수(rpm) 3600에서 최고출력 20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1600rpm 때 46.9㎏·m이다.
도심 주행 실연비는 13.9ℓ/100㎞였다. 한국 기준으로는 7.2㎞/ℓ였다. 안 좋다. 딱 봐도 공기역학적이지 않을뿐더러 차체 무게가 무려 2175㎏다. 거칠게 다룬 감이 있다. 연비운전을 한다면 딱 공인연비 수준일 듯하다. 이차를 얌전히 몰 수 있을 진 의문이지만. 공인 복합연비는 9.2㎞/ℓ(도심 9.0 고속 9.4)다.
아쉬운 대로 잠시나마 야외에 나가 오프로드를 체험했다. 웬만한 언덕은 거뜬하다. 도심을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보도블록을 방지턱 넘듯 할 수 있다. 아파트 뒤 화단도 이 차에게는 별 무리 없다.
17인치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낀다. 오프로드용은 타이어 홈이 진행방향인 세로가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다. 또 뒷바퀴 미끄러짐을 막는 트랙 록 안티 스핀 리어 디퍼런셜 등 오프로드를 위한 다양한 전자식 장치도 적용돼 있다.
운전대 좌측엔 스웨이 바(Sway Bar)와 액슬 록(Axle Lock)이란 버튼도 있다. 스웨이 바란 코너링 때의 롤을 막기 위해 바퀴 상하 움직임을 제한하는 스태빌라이저를 무력화하는 기능이다. 지면이 일정치 않은 오프로드 때 바퀴의 운신을 높여 준다.
액슬 록은 차축을 잠가 바퀴마다 구동력을 일정하게 나눠주는 기능이다. 한 번 누르면 뒤 차축, 두 번 누르면 앞·뒤 모두에 적용된다. 보통 험로를 탈출할 때 쓴다.
둘 다 루비콘에만 있다. ‘도심형’ 사하라엔 없다. 사하라는 이 대신 좌석이 가죽에 열선까지 있고 타이어 휠도 18인치로 1인치 크다.
|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앞에 설치된 견인 로프. 리모컨으로 풀었다 당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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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기본 타이어의 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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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17인치 기본 타이어와 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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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스웨이 바와 액슬 록 버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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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엔진룸. 최고출력 200마력의 배기량 2.7ℓ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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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주유구. 디젤 모델이며 연료탱크는 85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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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공인 복합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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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는 엄연히 천장이 열리는 ‘오픈 카’다. 수동이라는 게 다른 차와 다를 뿐이다. 앞좌석 천장 플라스틱을 떼 내면 기둥만 남는다. 탈·부착이 쉽진 않다. 익숙지 않기도 했지만 두세 명이 달라붙어서 겨우 뜯어냈다. 붙일 땐 더 힘들었다.
군용차, 오프로드의 DNA를 갖추다 보니 철저히 편안함보다는 극한의 환경에서 내구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정이 번거롭지만 이 역시 재미라면 재미 요소다.
일상 주행 편의를 위한 기능도 있을 건 있다. 정속주행 장치인 크루즈 컨트롤, 전동식 창문 개폐버튼, 서브 우퍼를 비롯한 7개 스피커의 알파인 사운드 시스템, 블루투스와 후방카메라도 있다. 물론 보통의 차에는 대부분 적용됐지만 이 차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있다. 사하라 모델에는 내장 내비게이션도 있다.
편안하다곤 할 수 없지만 5명이 충분히 탄다. 수납공간도 넓다. 뒷좌석을 접으면 자전거를 포함해 온갖 짐을 모두 싣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이 897ℓ, 뒷좌석을 접었을 땐 2009ℓ다.
희소성도 있다. 국내 등록된 지프 랭글러 시리즈는 지난 8월 현재 6765대이다. 인기 모델은 시승한 루비콘 언리미티드로 절반이 넘는 3643대다. 다음으로 많은 게 도심형 사하라 언리미티드로 1449대 판매됐다. 게다가 같은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색상 등을 달리하는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이 자주 나오는 만큼 사실상 나만의 차라고 해도 무방하다.
랭글러 같은 거친 오프로더의 맛을 느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는 날로 강화하고 있다. 지프도 컴패스에 이어 더 작은 소형 SUV 레니게이드를 최근 국내 출시했다.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의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5740만원이다. 이 가격이면 국산 고급 대형 세단이나 SUV를 포함한 수입 고급 중형 모델을 살 수 있다. 상당히 마초 같은 ‘녀석’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여성 운전자의 로망이다. 이 차만의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은 운전자에게 추천한다.
|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앞천장을 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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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앞천장을 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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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손잡이. 군대에서나 볼 법한 아날로그 방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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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트렁크를 완전 연 모습. 아래 문과 위 창문을 따로따로 여는 방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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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수납 모습. 뒷좌석을 접으면 사진 속 자전거와 짐도 꽤 여유있게 수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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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트렁크에 짐을 싣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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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트렁크와 뒷좌석에 짐을 싣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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