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은행대형화)⑨-1 차기 KB회장 `캐스팅보트`

by좌동욱 기자
2010.05.20 12:39:01

KB금융 전력 `우위`..차기 지주회장 인사 최대 변수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정부가 시장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시장 플레이어들의 인수·합병(M&A)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룰`에 맞춰 `베팅`만 세게한다면 국내 리딩뱅크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금융지주회사 규제와 법률이 정한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을 따져볼 때 민영화 방식은 합병, 그리고 합병 대상 금융회사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유력하다. (관련기사 참조☞ (진단! 은행대형화)⑥의외로 `단순한` 우리금융 매각 방정식)

6월중 KB금융(105560)에 새로 부임할 회장의 성향과 의지는 우리금융 인수전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하나금융은 M&A를 진두지휘할 김승유 회장의 풍부한 경험과 생존을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하는 `절박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M&A 전선에서 당분간 이탈해 있는 신한금융이 선택할 전략과 전술도 은행권 재편과정에서 눈여겨 봐야할 중요 포인트다.



우선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소매 금융에 강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이 결합하면 은행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중복 고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두 지주사가 결합하면 자산 659조, 세계 50권 이내 대형 금융회사가 출현, 국내 은행 해외 진출과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도 높아진다.


특히 KB금융이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M&A 최대 무기다. KB금융이 의지만 있다면 풍부한 자금동원력을 기반으로 정부가 회수해야 하는 공적자금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입찰 제안서에 내걸 수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2002년 서울은행을 매각할 당시 하나은행도 합병후 정부 보유 지분율 30.9%를 자사주 매입 등으로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 결국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지주사 건전성 감독기준에 따라 대략 분석해 볼 때 KB금융은 자사주 매각 등으로 유상증자 없이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5조원에 육박하지만, 하나금융은 1조원도 힘들다"며 "특히 내년부터 IFRS(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M&A의 계약조건들이 우발 채무로 잡힐 수 있어 제약조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on Book-value Ratio)을 따져봐도 지난달초 기준 KB금융은 1.18배로 하나금융 0.78배보다 높다. 이는 합병후 KB금융이 하나금융보다 주가가 더 뛸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합병은행 주가가 많이 오를 수록 정부는 공적자금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다. 합병 후 정부 지분율(50% 기준)이 19%까지 낮아진다는 점도 민영화 속도 측면에서 KB금융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은 30% 정도다.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 부칙(2008년 3월 개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가지 원칙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신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바람직한 발전 등 3대 원칙에 가장 근접한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민영화 당사자인 우리금융 임직원들은 합병대상 금융회사로 하나금융보다는 KB금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합병을 피할 수 없다면 확실한 1위 은행이 되는 게 좋다는 단순한 논리에서다.

변수는 6월중 선임될 KB금융 회장(CEO)이다. 은행 대형화에 소신을 있고 정부 입김을 뿌리칠 수 있는 금융권 인사가 선임될 경우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화합형 인사가 내정되면 KB금융보다는 정부측 활동반경이 넓어진다. 

중복 지점수나 인원이 많아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KB금융의 부담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점포수는 각각 1200여곳과 900여곳으로 이중 300~400여곳이 인접한 점포로 추정된다. 반면 하나금융 점포수는 600여곳에 불과해 중복 점포수가 상대적으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