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7.08.03 10:05:00
판교·파주운정·청라지구 등 복합개발 30조원 쏟아져
규제에 발목잡힌 대형건설사 ''차세대 먹거리 확보'' 적극적
땅값 폭등, 중복투자, 불투명한 외자유치 등 부작용 우려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조(兆) 단위 초대형 복합개발프로젝트를 잡아라'
국내 건설업체들이 조단위 초대형 복합개발프로젝트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9월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수익성 악화와 일감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초대형 복합개발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사업자가 선정됐거나 예정인 주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규모는 줄잡아 30조원을 넘어선다.
굵직한 프로젝트만 따져도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규모 추정 10조원) ▲ 용산역세권 개발 프로젝트(7조원) ▲판교 상업지 복합개발(3-4조원) ▲ 상암동 랜드마크 빌딩 (1조5000억원) ▲동남유통단지 (1조원) ▲파주 운정 상업지 개발(2조원)이다,
이어 ▲ 오산세교 상업지 개발( 1조원) ▲ 광교 신도시 민관 합동 PF개발사업(2조원) ▲ 인천 가정 5거리 개발사업(3-4조원) 등이 줄줄이 사업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사업도 줄을 잇고 있다. 5000억원 규모의 한류우드 2구역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상태이며, 4000-5000억원 규모의 로봇랜드 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건설사들도 대형 프로젝트 별로 합종연횡하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공모를 발표한 2조원 규모의 파주 운정 중심상업용지 PF 개발사업에는 GS건설(006360)·대우건설(047040)·현대건설(000720)·대림산업(000210) 컨소시엄,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SK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 등 3파전 구도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주택공사가 대형 건설업체의 PF사업 독식을 막기 위해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업체는 2개 이하로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함에 따라 사업 구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는 5일 입찰을 받는 한류우드 2구역(5000억원 규모)에는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 컨소시엄, 벽산건설(002530) 컨소시엄,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인천지역 공모형 PF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 태영건설(009410)·GS건설 컨소시엄,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최대 중심상업용지 PF 개발사업을 꼽히는 판교 상업지 복합개발(3-4조원)에는 국내 대형건설사와 백화점 간의 수주 경쟁이란 점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업계는 신세계컨소시엄, 롯데컨소시엄, 현대백화점컨소시엄 등 3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신세계 컨소시엄에는 신세계(004170)를 주간사로 신세계건설·대우건설·삼성건설·현대건설·프라임개발 등이 참여한다.
롯데컨소시엄에는 롯데쇼핑을 주간사로 롯데건설·대림산업·SK건설·두산건설(011160)이 주요 컨소시엄이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에는 현대백화점을 주간사로 포스코건설·현대산업(012630)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가세하면서 판교 중심상업지 복합개발은 4자 구도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에는 한진중공업, 금호산업(002990) 건설부문, 이랜드개발 등과 함께 미래에셋, 메리츠금융그룹, ING, 마이에셋, KTB, CJ푸드빌, CGV, 애경, 이비스 등이 참여를 확정했거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SK건설은 천안 아산 펜타포트, 2조6000억원 규모의 인천 도하 복합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GS건설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 3조5000억원 규모의 안산 사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상암동 DMC내 랜드마크 빌딩 건설은 대우건설, 삼성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상위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키로 한 가운데 서울시가 담합을 이유로 상위 건설사간 컨소시엄 최소화를 요구해 재편이 불가피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암동 DMC 내 랜드마크 빌딩은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한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GS건설 컨소시엄으로 분리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개별형 리츠인 K-리츠와 손을 잡은 한미파슨스가 뛰어들 것으로 예상돼 최소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다자간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개발에는 삼성건설을 중심으로 한 삼성건설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2파전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올해 최대의 정부 공모사업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로봇랜드 사업에는 경기도, 대전시, 광주시, 경북도, 인천시 등 13개 지자체와 계룡건설(013580)산업, C&우방(013200), 태영건설, 삼능건설 등이 각 지자체와의 컨소시엄을 논의 중이다.
건설업체들이 조단위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는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면서 ‘차기 사업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프로젝트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초대형 복합개발사업이 난립하면서 땅값 폭등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외자 유치 실패에 따른 사업 난항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매각한 뚝섬 상업용지, 판교 중심상업용지(토지공사 주관), 파주운정상업용지(주택공사 주관), 한류우드2구역 등은 과도한 땅값 책정으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인천 청라지구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국제업무타운(총 6조3000억원)은 외자유치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포스코건설로 넘어갔다.
이와 함께 5조 7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77층 쌍둥이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짓기로 한 WTC컨소시엄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참여업체와 자금조달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만 수조원이 투입돼 개발되는 중심상업용지만 광명, 판교, 파주 운정, 동탄 등 줄잡아 6~7곳에 달한다"라며 "건설사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복합단지 개발에 뛰어들면서 중복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