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성 재활용 연구소 떴다···레인보우로보틱스·한화 출신도 합류

by강민구 기자
2025.05.25 12:32:53

워커린스페이스 연구소 개소···로봇위성 장치도 공개
위성 연료 재급유, 수리 등 재활용 시대 본격 준비
누리호 책임자 김동완 한화 팀장, 백홍열 전 원장 합류
김해동 대표 "인공위성 수리와 급유 글로벌 3위 업체 목표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22일 세종시의 로봇위성 스타트업 워커린스페이스 실험실. 연구진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조종하자 로봇팔이 장착된 시험용 위성 장치가 모의 위성에 서서히 접근해 정확히 포착했다. 미세중력 환경을 모사한 시연은 우주 내 정비·조립 등 차세대 위성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워커린스페이스는 기술뿐 아니라 환경과 인력 구성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사무 공간은 대기업 수준의 쾌적함을 갖췄고, 구성원들은 레인보우로보틱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우연 등 우주·로봇 분야 핵심 기업 출신 인재들로 구성돼 기술력과 신뢰를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2일 워커린스페이스 세종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KAIST, 군 관계자 등이 실험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워커린스페이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토종 우주 스타트업 워커린스페이스가 22일 세종시에 기업부설연구소를 공식 개소하고, 궤도상서비싱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창업자인 김해동 경상국립대 교수(전 항우연 책임연구원)는 중대형 위성의 연료 재급유, 부품 수리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서비스와 함께, 우주 정거장·호텔 등 대형 구조물의 우주 내 조립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주도(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뉴스페이스) 우주개발 흐름이 변화하면서 각종 우주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구 궤도를 넘어 달, 화성까지 우주개발이 진전되는 반면 그만큼 우주쓰레기를 포함한 우주 물체들이 늘어나 지구 주위 우주 환경도 악화시키고 있다. 비싼 위성의 조기 연료 소진이나 우주쓰레기와의 충돌로 수명이 조기에 단축되거나 불능 상태가 되는 사례도 증가해 궤도상에서 이를 수리하거나 연료를 다시 넣어 재활용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노스롭그루만은 지난 2020년 인텔샛으로부터 연간 약 190억원 규모의 위성 수명연장 서비스 사업을 5년 동안 했고, 이후 2년 추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수천억원의 중·대형 인공위성들을 우주에서 수명을 연장하거나 고장을 수리해 재활용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김해동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항우연에서 국내 최초로 우주쓰레기 처리 문제를 연구하면서 앞으로 복잡해지는 우주 환경에서 값비싼 인공위성들을 우주에서 재활용해 운용한다면 인공위성 개발비용과 운용비용을 줄이면서 우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궤도상서비싱 연구를 해왔다. 경상국립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창업해 지난해 8월 20억원의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올해 상반기에 약 5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진행중이다.



워커린스페이스 본사는 우주항공청(사천) 인근의 진주에 있고, 연구소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기 좋은 세종에 위치해 있다. 우주스타트업이지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회사를 지향해 쾌적한 연구소를 조성했다. 올해 1월 첫 채용에서 8명을 뽑는데 88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현재 인력의 80%는 경력직 출신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돼 있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캠퍼스에서 김해동 대표에게 박사학위를 받은뒤 워커린스페이스에 합류한 나트나엘 선임연구원은 “이제 막 이쪽 분야가 태동하고 있어서 합류하게 됐는데 직장 만족도가 높다”며 “회사에 기여하고, 향후 기회가 된다면 모국(에티오피아)에도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도 대거 합류했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수주와 사업관리 책임자를 지낸 김동완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팀장이 부사장을 맡았다. 기술 고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과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지낸 백홍열 원장이 합류했고, 로봇제어와 제어·SW 분야는 각각 엄위섭 전 항우연 선임연구원과 강한솔 전 레인보우로보틱스 선임연구원 등이 맡고 있다. 이 밖에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이노스페이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의 인력들이 합류했다.

김동완 부사장은 “한화에서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 사업을 맡아오면서 위성 재활용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스타트업에 합류해 도전에 나서게 됐다”며 “무기체계 정비업무부터 발사체, 국방 사업 수행 경험을 살려 위성 시장 확장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홍열 전 항우연 원장도 “김해동 대표에게 항우연에서부터 오랜 도움을 받아 합류를 결심했다”며 “뉴스페이스 핵심은 민간 산업화인데 궤도상서비싱이 그 핵심으로, 새로운 우주산업화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합류했다”고 강조했다.

워커린스페이스 세종연구소 공간.(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워커린스페이스에는 합류하지 않았지만, 우주 분야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연구소의 성장을 기대했다. 민경욱 KAIST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위성 재활용 서비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필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앞으로 토종 스타트업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워커린스페이스는 오는 2028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4~5번째로 인공위성 수리 및 급유를 위한 로봇위성 베로스 1호(VEROS-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우주에서 기술 검증을 한뒤 현재 접촉 중인 예비 고객사들의 위성을 대상으로 수명연장 상업 서비스 일부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용뿐만 아니라 국방용(국가 우주자산 보호 방위사업)으로 활용도 기대된다. 국방 관계자는 “국방 분야에서도 우주에서의 국방위성 재활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마치 항공분야에서 필수인 MRO(유지보수정비) 체계를 우주에서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방 우주자산 개발과 운용 비용 절감은 물론 획기적인 능력 향상을 이루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동 대표는 “우주공간에서 필요한 모든 무인 작업들을 제공해 우주자산(위성 등) 가치를 극대화하고, 우주공간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우주기업이 되겠다”며 “국내 최초이자 세계 3위권 인공위성 수리 및 급유 전문 기업을 목표로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서비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