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날강도냐"…둔촌주공 '중학교 무산' 위기에 거리나왔다

by이배운 기자
2024.07.07 12:26:43

입예협, 서울시청서 학교용지 공공공지전환 규탄 집회
"국가인구 비상사태인데…시는 학교 땅 뺏겠다고 횡포"
"이사 전보다 교육 환경 나빠져…입주 포기가 낫다"
"행정감사 청구 계획…집단·기관 소송 가능성 있어"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시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입주예정자들은 연달아 규탄 집회를 열고 행정감사 청구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학교용지 공공공지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입주예정자 총궐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규탄 집회에 이어 2번째로 입주예정자, 조합원 등 총 700여명이 참석했다.

‘학교 없이 아이낳냐, 학습권을 보장하라’ ‘시장이 날강도냐, 공공공지 철회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참가자들은 단지 내 학교 설립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시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연단에 올라온 지민환 입예협 회장은 “대통령은 국가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서울시는 입주 직전에 학교 지을 땅을 빼앗겠다고 횡포를 부린다”며 “내 아이가 위험하게 먼 곳의 학교에 다니게 됐다, 아이를 위한 계획이 엉망이 됐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집회에 참여한 입주예정자 최 모 씨(50대·남)는 “모집 공고 당시에는 분명히 단지 내 학교 용지가 있었는데 입주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철회되는 것은 학부모 입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사 전보다 교육 환경이 더욱 나빠져서 차라리 입주를 포기하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85개 동, 1만2032가구의 국내 최대 규모 대단지로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중학생이 다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시교육청과 조합은 2014년 학교 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맺고 단지 안에 중학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이 부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학교용지 공공공지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조합은 1만2000가구 입주가 완료되면 중학생이 약 2600명 늘어나 인근 학교 분산배치로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철 서울시의원은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 당시 다자녀가족 가점제가 적용돼 학생 숫자가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강동구에 초등학교를 추가로 지었고 서울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 회장은 “강동구는 서울 내에서도 출산율 1위에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으로, 대한민국 전체 출산율 감소 통계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학군이 형성되는 신축 대단지는 학부모들이 특히 선호하고 많이 몰리기 때문에 학생 수 역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과 지역구 의원 등은 서울시와 협의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예협은 서울시가 공공공지 전환을 철회할 때까지 규탄 집회를 계속하고 행정감사 청구 등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 회장은 “서울시는 내부 조례를 개정해 학교 용지를 빼앗겠다는 것인데 이는 학교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서울시청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감사원에 행정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용지 소유권을 빼앗기게 된 서울교육청도 가만히 있지만 않고 기관 소송이나 행정 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 분양자들 역시 학습권 침해 등을 사유로 집단 소송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