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다시 증가세…직장인 10명 중 3.6명 경험
by권효중 기자
2023.10.15 12:00:00
직장갑질119, 3분기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35.9%가 '괴롭힘 경험', 분기별 점차 증가세
비정규직, 여성 등 약자일수록 심각해져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3분기 직장인 100명 중 36명은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급지법이 시행되기 이전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분기별로 다시 늘어나고 있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직 등으로 적용 범위를 높여 실효성 있는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35.9%(359명)가 ‘최근 1년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당시 실태조사 결과(44.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분기별로 살펴보면 △2022년 6월 29.6% △2023년 3월 30.1% △2023년 6월 33.3%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일터 내 비정규직과 여성, 낮은 직급 등 ‘약자’를 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359명 중 46.5%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러한 응답의 비율은 정규직(41.1%)보다 비정규직(55%)이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61.2%로 가장 높았다.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는 58.3%, 일반 사원은 56.1%을 각각 기록해 평균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적지 않은 이들이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겪고 있었지만,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 기관에 신고한 이들은 직장인 10명 중 1명에 그쳤다. 65.7%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응답했으며, 27.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응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7.2%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받은 직장 내 괴롭힘 상담 939건 중 회사에 신고한 사례는 374건(39.8%)이며, 이중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한 것은 43.9%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사례를 봐도 ‘괴롭힘을 인정받아도 가해자가 시말서만 쓰고 그쳤다’, ‘대표가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2%의 직장인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93.1%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등 사각지대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는 이와 같은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정부와 정치권이 일터 내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법 확대 적용은 물론, 조사와 구제절차 지원시스템 마련이 이뤄져야 피해 신고 등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