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크라 사태 안일했나…뒤늦은 자국민 철수에 ‘진땀’

by신정은 기자
2022.02.27 11:00:54

판셴룽 중국대사 영상 메시지 올려
"대사 도망가지 않았다…키예프에 있어"
"안전 조건 갖춰지면 전세기 운항"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늦게 현지 자국민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판셴룽(範先榮)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는 27일 대사관 위챗(웨이신) 공식 계정에 올린 9시 49초 분량의 영상에서 “어떤 중국 동포가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 대사가 이미 도망갔다는 말을 들었다. (수도) 키예프에 없다는 게 정말인가’라고 물었다”며 “오늘 내가 여러분과 화상으로 만나는 건 중국 대사가 여전히 키예프에 남아 있고 많은 동포들과 지금 함께 이 특수한 어려운 시기를 함께 마주하고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사진=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
판 대사는 “중국 대사가 자신의 안위를 먼저 살피고 동포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러분께 명확히 알려드린다”며 “이는 중국 대사의 품격이 아니고 중국공산당인(人)의 품격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판 대사는 급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묘사한 후 “한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외출을 자제할 것, 현지인과 논쟁하지 말 것 등을 경고하면서 “모든 이들이 평안 무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판 대사는 특히 “현재 많은 이들이 귀국하고 싶어하는 걸 알고 있다”며 “정말로 오늘날 세계로 눈을 돌리면 중국만이 가장 안전하고 집안만이 가장 따뜻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모든 곳에 안전 조건이 확실히 갖춰진게 아니다”며 “공중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지상에서는 폭발과 총탄이 있고 양군 간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판 대사는 “그래서 우리는 안전을 기다렸다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기다림은 수동적이지 않다. 어떤 곳에 조건이 갖춰지는 지, 어떤 방식이 가장 안전한지 따라 우리는 움질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 대사는 아울러 “조국이 바로 뒤에 있고, 대사관이 옆에 있다”며 “우리 함께 노력해 현재 일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덧붙였다.

그동안 세계 각 국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을 철수하고 있음에도 중국 대사관은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일까지만해도 중국 대사관은 “각종 설이 나돌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대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만 경고했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된 지난 22일에서야 긴급 공지문을 내고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인정했고,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한 24일부터 매일 같이 공지를 내고 전세기 운영 계획을 밝혔다. 운항 시기는 현지의 안전 상황에 따라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 대사관은 24일 “장거리 운전시 차량에 중국 국기를 부착하라”는 발언을 했다가 다음날에는 “중국인 신분이 드러나는 표식을 드러내지 말라”는 상반된 공지를 내면서 교민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무역상과 유학생 등 중국인 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현지 교민을 귀국시킬 전세기 투입 계획을 밝히면서 탑승 대상에 중국과 홍콩, 마카오 여권 소지자뿐 아니라 대만인을 포함하며 논란을 만들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변인은 “외교부는 이미 (대만)교민의 안전한 철수 계획이 있다”며 “중국의 월권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