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경제 보기]회춘에 열광하는 사람들…‘기묘한 가족’

by이명철 기자
2019.04.13 11:30:00

좀비에게 물리자 젊어져…너도 나도 물리기 열풍
증시에서도 혁신 신약 개발 소식에 주가 급등 잦아
성공 가능성 담보 못해…기대감만으로 투자는 주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평론가나 학자보다는 식견이 짧지만 ‘가성비’ 좋은 하이브리드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영화 ‘기묘한 가족’ 포스터.(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제공)
양배추와 케첩을 좋아하는 좀비. 영화 ‘기묘한 가족’에 나오는 쫑비(정가람) 이야기입니다. 쫑비가 회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소식에 온 마을이 들떴다가 결국 좀비로 변하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원흉(?)으로는 한 바이오기업이 지목됐습니다. 바이오기업은 좀비 영화의 단골 소재로 꼽히는데요,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을 웃다가 울게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양배추(케첩 뿌린)를 좋아하는 ‘착한 좀비’ 쫑비(정가람). 큰 개를 가장 무서워하고 자신을 삽으로 내려치는 만덕(박인환)을 두번째로 무서워한다.(영화 스틸 컷,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제공)
좀비는 원조격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 이후 해외에서 사랑 받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본격 뛰는 좀비 열풍을 일으킨 ‘새벽의 저주’와 ‘28일 후’ 개봉 이후 더욱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이끌었던 ‘부산행(2016년)’이 대표 좀비 영화죠.

‘레지던트 이블’이나 ‘나는 전설이다’ 같은 수많은 좀비 영화에서 바이오기업(또는 의학박사들)은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꼽힙니다. 질병을 치료하려다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식이죠. ‘기묘한 가족들’도 바이오기업인 휴먼인바이오가 새로운 당뇨 치료제인 ‘노인슐린’을 만들었는데 투약자들이 집단 가사상태를 겪다가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을 적용했습니다.

가슴팍이 뚫여도 살아있는 쫑비를 보고 놀란 가족들. 앉아있는 준걸역의 정재영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찰떡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영화 스틸 컷,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제공)
다만 ‘기묘한 가족’은 좀비를 소재로 한 코미디·드라마 장르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휴먼인바이오에서 탈출한 쫑비가 한 시골 마을에서 만덕(박인환)을 물었는데, 그가 죽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뤘습니다. 운영하는 주유소가 망해가던 차에 만덕 가족은 너도 나도 좀비에게 물리려는 동네 어르신들을 상대로 입장료(?)를 받아 돈을 법니다.

쫑비는 여느 좀비에 비해 어딘가 좀 모자라 보입니다. 뇌와 비슷하게 생긴 양배추를 주식으로 하고, 케첩을 뿌렸다면 짜장면도 먹어치웁니다. 사람의 팔도 케첩을 뿌려줘야지만 무는 착한 좀비랄까요.

젊어지고 싶은 어르신들의 열망에 ‘회춘 사업’도 잘나갔지만 결국 물렸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마을 일대는 아비규환이 됩니다. 다행히 항체를 갖고 있던 만덕이 좀비를 물어서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에는 돈을 안 받는 ‘무료 백신 사업’이라는 훈훈한 결말로 영화는 끝을 맺죠.



순간 젊어지는 것 같은 일시적인 현상에 혹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좀비로 변해버리고 만다.(영화 스틸 컷,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제공)
‘젊어지기 위해’ 쫑비에게 물리려는 마을 어르신들처럼 주식시장에서도 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하는 혁신적인 신약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바이오기업들이 정복하겠다고 외치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당뇨병이나 암 등은 물론이고 불치병인 치매까지 치료하겠다고 공언을 합니다. 출시만 하면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주가는 급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보니 변동성은 큽니다. 임상실험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다는 작은 뉴스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수년전 한미약품(128940)은 총 수조원대 기술 수출 ‘잭팟’을 연달아 터트려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한두건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바이오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죠. 얼마전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코오롱티슈진(950160)은 골관절염 치료제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주식시장에 기업을 알리는 IR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바이오기업은 어려운 곳으로 꼽힙니다. 임상 자체가 몇 년 걸리기 때문에 기다림에 지친 투자자들의 원성이 크고 주가가 이유 없이 급등락할 때도 많아 대처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바이오기업에서 IR 담당을 했던 직원은 “회사 안에서 보면 아무리 봐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임원들이 시장에 부풀려서 이야기할 때 속으로 무척 걱정이 되곤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배추밭을 뛰어노는 해걸(이수경)과 쫑비(정가람). 좀비인 딸이 어느정도 의사소통도 되고 학교까지 다닌다는 설정의 웹툰 ‘좀비딸’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영화 스틸 컷,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제공)
지금은 대기업이 된 셀트리온(068270)이 처음에는 ‘사기꾼’이라는 질타도 받던 것처럼 통상 바이오기업은 사업 초기에 불안감이 따라붙습니다. 시장의 의심에도 묵묵히 기업을 지지한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거두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바이오주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단순히 초기 바이오기업들의 지분을 달랑 몇억원어치 사들여놓고선 “바이오기업으로 본격 도약하겠다”고 외치는 사례를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투자는 수억원에 그쳤으면서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은 수십조원대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곤 합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주가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죠. 이들의 말에 이끌려 ‘좀비에게 팔을 내미는’ 행위는 삼가는 게 건강한 삶의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