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 개장 기다리라고"…속타는 면세업계

by송주오 기자
2017.09.10 10:20:17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요건 'T2 개장'
제2여객터미널, 연말께나 개장 예정
업계 "연말까지 못 기다린다…피해 누적"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면세점 업계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개장까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할 처지다. 인천공항공사가 3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면세점 업체와 특약 사항으로 T1(제1여객터미널) 임대료 조정을 T2 개장 이후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T2는 올 연말쯤이나 개장할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T1의 임대료 조정은 T2 개장 이후에나 가능하다. 지난 2015년 인천공항공사가 3기 T1 면세점 사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특약 조건으로 T2로의 여객 이전 이후 임대료 조정을 논의키로 했다. 임대료 조정은 T2 개장 이후 T1 여객 처리 비중 등을 고려해 공사가 별도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부과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적용 시점은 T2로의 여객 이전 시이며 공사가 여객 이전 계획을 전망해 산정한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또 △실제 여객 이전시 급격한 항공수요 변화 △항공사 이전 방식 등 현재 전망과 다른 많은 영업환경이 변화하거나 △여객 이전으로 인한 구매력 차이로 매출 증감이 발생하는 등 임대료 방식을 달리 정할 사유가 판단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공항공사는 사업자와 협의해 전문 용역 등을 통해 임대료 납부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T2 개장에 따른 연구 용역을 전문기관에 맡긴 상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임대료 조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면세점 업계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5% 이상 급감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 14년 만에 적자전환 했다.

면세점 업계의 임대료 인하 요구는 지난 3월 한국면세점협회를 통해 공식화됐다. 당시 협회 차원에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건의한 것.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달 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대표들이 정일영 인천공항공사와 긴급 회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T1에서 면세점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중소면세업자인 삼익면세점은 높은 임대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익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501억원 중 42%인 210억원을 임대료로 지급했다.

다만 임대료 조정이 면세점 업계의 바람대로 흐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우선 인천공항공사는 3기 T1 사업자 모집 공고를 게시하면서 T2 개장 이후 사업 환경 변화를 감안해 입찰해야 한다고 각 사업자에게 알렸다.

또 ‘계약상대자 준수 및 유의사항’에서 △항공수요의 감소 △정부의 항공정책 변경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영업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매출 감소를 이유로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의 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계약서에서 임대료 조정을 논의할 수 있는 요건은 T2 개장뿐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를 살펴보면 임대료 조정을 건의할 수 있는 요건은 T2 개장과 관련된 것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연말 T2 개장까지 기다리기엔 사업자들의 피해가 크다. 사업자 입장에선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 환경을 고려하기 때문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