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갑질대책]①SSM·TV홈쇼핑 내년 직권조사…서비스법 통과도 군불 때기
by김상윤 기자
2017.08.13 12:00:03
판촉 동원된 납품업체 인건비 분담하기로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도 판매수수료 공개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기업형슈퍼마켓(SSM)·TV홈쇼핑에 직권조사에 들어간다.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등 고질적·악의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3배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현행 과징금 부과기준율도 기존보다 2배 올린다. 납품업체가 종업원을 판촉행사에 부를 경우 인건비를 분담 의무를 지도록 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다만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채찍과 함께 당근책으로 6년 넘게 공전(空轉)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통과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군불을 땠다. 유통산업 자체가 침체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 칼만으로 갑질문제를 개선할 수 없는 만큼 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 대책도 동시에 추진돼야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4대 갑질 근절에 나선 김 위원장이 가맹대책에 이어 내놓은 두번째 대책이다.
공정위는 우선 내년 SSM과 TV홈쇼핑 업체에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 행위 의심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이다. 올해 가전·미용 전문점의 거래실태에 대해 집중 점검한 뒤 엄정한 법 집행 및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특히 SSM에 공정위가 대규모 직권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특정 다수가 관련된 갑을 관계 문제는 신고사건에 매몰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직권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가 종업원을 판촉행사 등으로 불러들일 경우 인건비를 분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판촉비용에 대해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분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판촉을 한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에 대한 규정은 미비해 유통업체가 무단으로 납품업체 종업원을 동원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적정 수준에서 양측이 분담하도록 하는 근거를 법 틀안서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이 있는데 비용이 있다’는 원칙아래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판촉행위로 매출이 올라가는 등 이익을 보는 만큼 인건비에 대해서도 서로 분담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자발적 참여의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도 감안해 세부적인 방안은 대형유통업체와 협의를 하면서 마련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외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 고질적 악의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3배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2배 높여 과징금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아울렛 입점업체도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판매수수료 공개대상을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판매장려금, 판촉비용, 분담내용 등 거래조건과 현황을 공개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해 시장압력과 감시를 통해 법 위반 행위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지만, 김상조 위원장은 유통산업에 대한 당근책도 함께 제시돼야 고질적인 불공정행위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그는 국회에서 수년째 공전만 되풀이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와 관련해 정부, 여야가 모두 머리를 맞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군불을 땠다. 유통산업 전체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갑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터라 단순히 공정위 칼만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는 만큼 유통산업 자체를 고도화하고 생산선을 높이는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감 위원장은 “보건의료를 포함하냐 아니냐를 놓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와 관련해 국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풀이 됐다”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되는 만큼 서비스산업 발전 관련 범정부차원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뒤 국회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