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판매점에 건당 1천만원 벌금..방통위 개입의지
by김현아 기자
2014.07.20 12:33:58
최근 실제 징수 나서..과도한 벌금에 비난 여론 봇물
중소 판매인 생계위협도..방통위 "재정신청하라"
재정신청하면 방통위 공식적인 개입 가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판매점에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건당 500만 원~1000만 원의 벌금 징수에 나서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이동통신 유통업계 및 방통위에 따르면 KT의 통신유통 자회사인 KT M&S 등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 판매점에 수천만원의 벌금을부과하고 실제 징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4월 인터넷을 통해 ‘갤럭시S5’에 보조금 31만 원을 지급해 7개를 팔았고, 이중 2대가 적발돼 KT대리점으로부터 최대 2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리라고 통보받았다. 당시 해당 대리점은 A씨에게 경쟁사(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불법 보조금 채증을 신고하면 감면해주겠다고 회유했고, 당장 벌금을 징수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실제 징수에 나섰다.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이데일리에 메일을 보내 “전 재산을 팔아도 8700만 원이 안 되는데 건당 500만 원, 8700만 원의 금액이 청구됐다”면서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갑의 횡포가 아닌지, 가장으로 가정이 파탄 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 KT M&S 측이 판매인에게 보낸 카톡 내용.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불법 보조금 사례를 신고하면 깎아준다고 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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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A씨와 B씨외에도 이통사 대리점의 과도한 벌금 부과로 인한 중소 판매인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종천 협회 간사는 “신고된 것만 보면 KT 대리점외에 SK텔레콤 대리점도 있다”면서 “잘 모르는 판매인에게 처음에는 방통위 벌금이라고 했다가 방통위가 아니라고 하자, 이제는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구상권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상 판매점들은 현장 조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유통점들이 규제 대상이 되는 시기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는 10월 1일이고, 이때조차 방통위는 유통점 교육에 더 신경 쓰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벌금 규모가 너무 지나쳐 보인다”면서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 간 사적 계약의 영역이나 이통사 영업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재정신청을 해 주시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은 행정기관이 분쟁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절차다. 판매인들이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하려면 방통위 홈페이지(www.kcc.go.kr) 전자민원창구에서 관련 서류를 다운받으면 된다.
제출 서류는 △재정신청서 △당사자 간 협의경과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등이다. 관련 법상 재정은 90일 이내에 처리하게 돼 있으며, 재정사건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방통위는 올해 1월 재정사건을 통해 이동통신사 직원이 실수로 요금할인 혜택을 잘못 안내했더라도 가입자가 해당 안내를 믿고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KT 가입자인 유모 씨(43)가 KT를 상대로 낸 요금할인분쟁 관련 재정신청에서 유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