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범죄자냐" 경찰,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 '미행' 파문
by김민정 기자
2014.07.14 09:02:27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사복경찰이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 매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유가족 3명은 단원고에서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걸어가는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이날 공주시 정안면에서 자신들을 미행하는 사복 경찰을 발견했다.
도보순례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 30여 명과 공주경찰서 순찰차도 뒤에서 호위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 20분께 23번 국도를 이용해 공주 시내 쪽으로 행진하던 도중 한 스타렉스 차량이 2시간 가까이 속도를 늦춘 채 자신들을 따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차량에는 30대 남성 혼자 탑승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가족이 “누군데 따라오느냐. 2시간 동안 따라오는 걸 목격했다. 경찰이 맞지 않냐”고 묻자 30대 남성은 “따라 가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하더니 이내 “공주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경찰”이라고 털어놨다.
유가족이 “경찰이 왜 자꾸 유가족들을 미행하냐.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냐.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물어보라”고 항의하자, 공주경찰서 관계자는 “도보행진단의 요청으로 정보관이 교통관리계 직원들과 함께 도와주려고 동행했던 것”이라며 “담당 정보관이 좀 미숙하게 대응해 유가족들이 언짢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사복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한 것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19일에도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형사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미행하다가 들통이 나 파문이 일었었기 때문.
당시 단원서 정보보안과 형사 2명은 안산에서 진도로 내려가던 유가족 30여 명을 몰래 따라가다가 저녁 7시 30분께 전북 고창군 고인돌휴게소에서 눈치를 챈 유가족들에게 붙잡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날인 20일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급히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최 청장은 “사전 동의 없이 사복경찰이 유가족을 뒤따른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복경찰의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를 전한 바 있다.
한편 14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실종자 가족들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특별법은 ‘무늬만 특별법’이라고 비판하며 유가족들이 참여한 특별법 논의를 촉구했고, 이날 오전부터 유가족 20여 명이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인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들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행진을, 19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