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국민은행 "건설사에 단비를"

by하수정 기자
2008.05.19 09:19:55

심형구 부행장, 미분양 아파트 담보대출 첫 개발
"부동산 경기 하반기 회복세…미분양 점진 해소"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들의 숨통을 터주자는 겁니다. 건설업체들이 부도나면 은행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심형구 국민은행 마케팅그룹 부행장은 미분양 아파트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중소 건설업체들의 금융 파트너를 자청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준공 전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부도날 위기에 몰리거나 소위 `땡처리`로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집계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가구 수는 2만 가구 정도이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 미분양 아파트 발(發) 건설사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준공 후 미분양 사태로 인한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은행(060000)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미분양 아파트 담보대출을 개발했다.

최초 분양세대 200세대 이상, 준공 후 2년내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사업자에게 최소 20억원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KB분양도움론`이라는 상품이다.

상품 개발에는 심 부행장을 필두로 김정욱 상품본부장, 정재동 기업상품부장이 머리를 맡댔다. 특히 심 부행장은 KB부동산신탁 대표를 지내며 익혀온 부동산 시장의 실무 감각을 적용했다.

심 부행장은 "전국 100여개 기업금융지점의 상담 교육을 마치고 오는 20일부터 분양도움론을 판매할 준비를 완료했다"며 "준공 후 아파트 분양이 될 때까지 필요한 운전자금을 확충할 수 있는 일종의 브릿지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PF대출을 통해 공사대금을 마련해 준공을 마쳤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대출 상환 능력도, 기본적인 경영 유지 자금도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에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자금 숨통을 터 주겠다는 것이다.

`KB분양도움론`의 경우 사회공익형 상품을 표방하는 만큼 은행의 마진은 높지 않다고 심 부행장은 설명했다.



`KB분양도움론`의 대출 금리는 신용등급별로 연 8~10%로, 시중은행의 PF성 대출 금리 연 7~10%와 유사하고 제 2금융권의 PF금리 연 14~15% 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상품의 은행 마진은 2~3% 정도.

마진 대비 위험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심 부행장은 오히려 "위험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심 부행장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40%, 지방은 30%로 책정했다"며 "최악의 경우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10~20% 할인 판매한다 하더라도 대출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앞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미분양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동기가 됐다.

심 부행장은 "상당수 투기지역이 해제되는 등 부동산 규제가 시장친화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실제로 노원구 등지를 중심으로 강북 부동산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회복 추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며 "부동산 경기가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고 미분양 물량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상 준공이 되면 기존 PF대출을 6개월 내에 갚아야 하지만, 미분양 사태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다 지은 아파트를 눈 앞에 두고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경영난에 빠진 중소 건설사업자들이 단비같은 자금을 확보하고 다시한번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