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다이어리 2008 #2]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01.03 11:04:00

4월엔 백합… 5월엔 쭈꾸미… 6월엔…

[조선일보 제공]
 


한국에서 처음 차나무를 심은 곳은 경남 하동 쌍계사 근처로 추정된다. 화개천 지리산 골짜기와 바위틈에는 지금도 야생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다. 하동에선 곡우(4월 10일) 앞뒤부터 7월까지 차를 만든다. 무쇠 솥을 아궁이에 걸고 차를 덖는 집이 여럿이다.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에서는 매년 5월 중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녹차는 벚꽃 만개 시기와 엇비슷하게 포개진다. 차를 마시는 입도 즐겁고 벚꽃을 구경하는 눈도 기분 좋은 봄 여행지가 되겠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고 극찬을 받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조개류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 개흙도 거의 없어서 해감하지 않아도 된다. 껍데기를 꼭 다물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순결과 정절의 상징으로 전북 부안 혼례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회, 찜, 탕, 구이, 죽,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서해안 어디서든 나오지만, 부안 계화도 앞바다에서 나는 백합을 최고로 친다. 5~11월까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을 축적하는 봄철 맛이 절정에 오른다. 백합뿐 아니라 대부분 조개가 봄에 가장 맛있다.



주꾸미가 별미로 대접 받은 것은 아주 최근 일이다. 낙지가 싸고 흔하던 시절, 주꾸미는 못나고 맛없는 낙지의 사촌이었을 뿐이었다. 바다 환경이 나빠지고 낙지 가격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젓가락이 주꾸미를 향해 돌아갔다. 낙지만큼 차지고 감칠맛 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담백해서 오히려 낫다는 칭찬까지 듣는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흔히 머리로 아는 몸통에 알이 가득 찬다. 이 알이 별미다. 반투명한 모양새나, 쫄깃쫄깃 씹는 맛이나 영락없는 찹쌀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와 홍원항에선 매년 봄 주꾸미축제를 연다.



아삭아삭 상쾌한 죽순. 아무 맛이 없어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B가 풍부한 웰빙식품이기도 하다. 변비나 숙변에도 특효. 섬유질이 너무 많아 소화가 어려울 정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죽순을 먹으려면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으로 가야 한다. 한국대나무박물관도 있어서 ‘토털 대나무 여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