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병수 기자
2002.12.09 10:03:32
[edaily 김병수기자][미국 머린내셔널은행 매입 체험기 "그럼, 미국은행 하나 사 볼까"]
조흥은행 인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신한지주회사. 이 금융그룹의 핵심인 신한은행 양신근 자금부장이 은행 M&A에 대한 책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4년 말 추진됐던 신한은행의 미국 머린내셔널 은행 인수과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필자의 소회가 최근 조흥은행 인수전과 맞물려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물론 필자가 머린내셔널 은행 인수과정을 책으로 엮은 것은 조흥은행과는 무관하다. 필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미국은행을 인수했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생생히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그럼 미국은행 하나 사 볼까?"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지금 "세계 은행에 눈을 돌리자"는 메시지도 담겼다. 마침, 국내 최대은행이라는 국민은행이 미국의 여러 동포은행들로부터 은행 매입의사를 타진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실감난다.
필자는 "M&A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머린내셔널 은행 인수 전 과정에 실무적으로 참여하면서 과정과정마다 발생한 현실적인 문제들의 극복과정을 소상히 소개한만큼 필자의 기대는 상당부분 충족되고 있어 보인다.
책의 전 과정을 통해 필자는 "M&A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이기도 한 이 질문에 필자는 "타이밍(Timing)"이라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가 있는 게임인만큼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타이밍에 주력하라는 권고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인수했던 머린내셔널은행은 맨 처음 조사보고서(Work Paper)에서는 30개의 후보은행 가운데 10위를, 당시 신한은행의 전략을 감안해 순위를 매겼을 때도 6위에 머물렀던 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입맛에 딱 맞는, 필자의 표현대로 "미스코리아와의 결혼"은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필자는 "이 책을 쓰면서 당시의 신한은행 전략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약간 망설였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전략"이라기 보다는 신한은행의 "조직문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M&A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필자는 "8년전의 스토리, 그것도 인수후 2년뒤인 98년말에 280억원의 자본이득을 보고 팔아버린 은행의 이야기에 걱정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적고 있지만 시기가 시기인만큼 충분히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당시에 머린내셔널은행 매입과정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던 라응찬 행장과 최영휘 이사(뉴욕 지점장) 등은 현재 신한지주회사의 회장과 부사장으로 이번 조흥은행 인수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75년 옛 상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해 14년만에 신한은행으로 옮긴 필자가 "신한은행엔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기업문화나 기업의 경쟁력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하나의 사례로써 길잡이 역할을 기대하는 욕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필자는 이 책에서 "94년말에 왔던 미국은행 매입 기회가 다시 오고 있다"고 정리했다. 95년 이후 미국 경제는 사상유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으나 작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필자는 "은행 매입을 추진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은 그 타이밍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은 폭락했으나 부동산 시장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불경기가 조금 더 진행되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얼어봍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은행의 부실대출금이 커지게 되는 바로 이 때가 미국은행 매수 타이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논쟁에서는 "회복"에 대한 희망섞인 분석이 다소 우세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달 6일 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를 열어 1.75%인 연방기금금리를 1.25%로 50bp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5일 3.25%인 기준금리를 2.75%로 50bp를 내렸다.
미국 은행 인수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겪은 필자는 이 타이밍을 언제로 보고 있을까. 필자는 "그 시기는 어쩌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예측하고 있다.
[저자 양신근 부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