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채권프리즘)2002년 채권시장의 7가지 특징

by김경록 기자
2001.12.24 10:46:22

[edaily] 2002년 채권시장 전망에 대해 이미 많은 분석가들이 견해를 내놓았다. 주된 관심사는 주로 금리수준과 추이, 수익률 곡선, 그리고 섹터별 유망한 채권시장이다. 나올 수 있는 견해들과 논리적 이유들은 이미 많이 나왔고 본인의 견해도 이들 중 하나이므로 이들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각도를 조금 달리하여 내년의 채권시장을 보는 시각을 일곱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자 한다. 1.지루한 정책금리 콜금리는 4%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2년에도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다. 물가 안정으로 실질 콜금리가 1%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까지 콜금리를 올릴 유인은 작다. 거기에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상반기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후반 경이면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으로 콜금리를 인상해야 할 압박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콜금리를 유지할 지 아니면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를 완화할지는 불명확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2002년은 전반적으로 정책금리의 변화가 거의 없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리도 정책의 힘이 작용하는 3개월~1년의 단기금리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2.또다른 base effect 채권시장은 경제지표에 특히 민감하다. 경제지표는 전기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최근의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며, 전년동기비를 이용하는 것은 대부분 이미 과거의 정보가 가공된 것을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계절조정이 정확하기 않기 때문에 전년 동월비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것에 익숙해져 있다. 전년 동기비는 최근의 정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 년도의 수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1년은 2000년 성장률이 높고,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성장률은 낮게 그리고 물가상승률은 높게 나왔다. 이제 2002년은 그 반대로 실물부문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그리고 물가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것이다. 이런 혼란된 지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2002년에는 전년 동기비 뿐만 아니라 전기비를 참고하면서 정보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금리 process 동인(動因)의 변화와 변동성 2001년 금리 하락기에 금리의 변동요인을 보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또 더 하락하다가 결국 툭툭 튀듯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었다. 즉 과매수가 이어지다가 이것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과매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매수는 장기 투자기관 등이 제어할 수 없고 딜링 세력 들에 의해 결정되므로 투기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2002년은 금리 상승기이므로 주된 동인은 매도일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과매도가 일어나고 이를 되돌리면서 과매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과매도 과정에서는 장기 투자기관이 개입하게 되고, 이에 따라 되돌림으로 나타나는 과매수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의 변동성은 오히려 2001년 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 투자기관의 관심사는 7년 이상의 채권이기 때문에 5년 미만과 7년 이상의 상대적인 금리변동성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수익률곡선에서 시장 분할 정부는 장기국채를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펀드의 투자기간이 짧기 때문에 장기국채를 딜링할 여력이 적으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극도로 기피하게 된다. 따라서 7년 이상의 장기국채는 대부분 연기금이나 보험권에 소화될 것이다. 3년 이하는 펀드나 딜링 수요가 있고, 7년 이상은 장기 투자기관이 그리고 5년은 상황에 따라 양자가 일정 부분씩 수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 곡선에서 시장분할이 일어나게 된다. 5.선물 저평가폭 축소와 헤지비용 감소 운용 기관들은 금리 상승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익거래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이러한 펀드가 나오고 있으며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차거래가 없더라고, 이론적으로 충분히 많은 투자가가 있다면 선물매수, 현물매도 차익거래는 이루어질 수 있다. 듀레이션을 유지시키면서 현물 바스켓을 팔고 선물을 사면 되기 때문이다. 현물의 좋은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기 위해 현물중심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선물의 저평가에 따른 손해를 감수할 용의가 있고, 또한 선물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저평가나 일시적인 저평가폭의 확대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익의 기회를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펀드가 만들어지면 선물의 저평가폭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결국 시장 참가자들의 헷지비용을 줄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6.투자은행 업무 가능성 타진 국채선물 옵션시장이 도입되는데, 채권가격의 변동성이 큰 우리나라는 일단 전제조건은 갖춘 셈이다. 다만 누군가 이러한 조건을 잘 인식하고 시장조성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성이 잘 되어 국채선물 옵션시장이 정착된다면 채권시장은 한단계 나아가게 될 것이다. 장기국채가 많아지면서 재투자 위험이 증가하게 되면 이표를 분리하여 팔 수도 있다. 국채 일변도의 시장에서 다양한 저평가 채권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채권시장의 시장 조성자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2002년은 채권시장에서 이러한 투자은행 업무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채권시장은 몇몇 선구자적인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민간에서 이러한 기관들과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7.채권시장 3세대 등장 채권시장 1세대는 장부가 평가시대에 활약하던 사람들이다. 분석가나 펀드 매니저 모두 한국은행의 5일 간격의 통화량, 성장률, 물가 등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채권 시가평가가 실시되면서 2세대가 형성되었는데 이들이 그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가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렇지만 2세대의 주역할은 듀레이션과 수익률 곡선 베팅이었다. 물론 듀레이션 베팅은 언제라도 중요한 항목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2002년 채권시장에서 듀레이션 베팅만을 고집한다면 장렬하게 전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리 상승기에 모두가 돈을 잘 벌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3세대가 형성될 것이다. 이들은 듀레이션 베팅이 아니라 차익기회를 노리고,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 달성을 추구할 것이다. 즉 날아오는 총알의 방향을 예상하여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호를 파고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옵션시장이 도입되면(물론 활성화까지 난관이 있겠지만) 다양한 운용이 가능해진다. 2차원에서 행동하던 세대들이 3차원 환경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2002년, 위기가 기회인 한 해 IMF이후 우리나라는 시장이 급격하게 변했다. ABS, MBS, CBO 등이 등장했고 회사채는 무보증채 중심으로 바뀌었고 대우 사태와 금리 초강세 국면으로 국채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위기를 겪으면서 10년 동안 미루었던 채권시장의 과제들이 일거에 해결되었던 것이다. 2002년은 채권시가평가제가 도입되고 난 후 처음으로 겪게 되는 금리 상승국면이다. 운용사들은 펀드에서 자금이 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적인 다양한 운용방식을 개발해야 하며, 시가평가를 받는 다른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로서는 위기국면이지만 이러한 위기국면은 또 한차례 채권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원칙이 지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