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최고 먹잇감”…공개매수 행진 나선 글로벌 PE들

by김연지 기자
2024.12.27 09:20:06

[2024 M&A 결산]④
유럽서 두드러진 PE발 상장사 공개매수
올초부터 9월 말까지 76건에 670억달러 거래
금리 인하 & 낮은 밸류에 "지금이 기회"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가 주도하는 상장사 공개매수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유럽에서는 그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금리 인하 움직임과 함께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로 탄탄한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투자 기회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저평가된 유럽 상장사 사냥에 나서는 한편, 애드온(add on·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사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노리는 동종 기업들 역시 관련 딜 검토에 한창인 모습이다.

2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에서 이뤄진 상장사 공개매수는 총 76건으로, 관련 규모는 총 670억달러(약 9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건수나 규모 측면에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58건에 400억달러)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 2021년 일었던 인수·합병(M&A) 붐 당시의 기록(82건)과 2022년 이뤄진 역대급 거래 규모(800억달러)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그간 상장사 포트폴리오 인수 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속속 나서왔다. 이를 통해 주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고, 경영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를 겪는 일부 국가에선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알짜배기 상장사가 수두룩한 만큼, 투자 기회가 풍부하다.

특히 유럽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유럽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할 만큼 관련 활동이 활발했는데, 그 이유로는 △저평가된 유럽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금리 인하 움직임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 등으로 인한 투자 기회 확대가 꼽힌다.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상장사 공개매수로는 국영 석유기업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의 독일계 화학기업 코베스트로 인수가 꼽힌다. 앞서 지난 10월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코베스트로를 147억유로(주당 60유로)에 인수했다. 코베스트로는 독일 최대 규모의 특수화학 기업으로, 지난 2015년 바이엘 화학소재사업부에서 분사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플라스틱 중합체이자 자동차, 건축자재, 안경, 의료기기, 전자제품 본체, 스포츠 레저용품 소재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있다. 해당 딜은 규제기관 심사를 거쳐 내년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밖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의 프랑스 재생에너지 기업 네오엔 인수도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공개매수 딜 중 하나다. 앞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프랑스 네오엔을 92억유로(주당 25.5유로)에 인수했다. 현재 네오엔은 상장폐지된 상태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네오엔의 경영 관리에 적극 참여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잠재적인 딜도 수두룩하다. 이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유럽에선 자동차 부품 제조사부터 생명공학 기업,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사 등이 사모펀드운용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의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올 한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비상장화 거래(공개매수 후 상장폐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