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전진 기자
2024.11.27 07:05:51
[무(無)당 시대가 온다]② 떠오르는 알룰로스
삼양사에 대상까지 ''알룰로스'' 미래 먹거리 낙점
식약처, ''식품원료'' 인정으로 높은 활용도 강점
국민 10명 중 4명이 비만…설탕세 세계적 흐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대세가 되면서 식품업계가 대체당 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체당 중에서도 핵심은 ‘알룰로스’다. 활용도가 높고 과일에도 존재하는 천연당이다 보니 다른 대체당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열량은 거의 없다. 수요가 지속 확대하면서 삼양사(145990), 대상(001680) 등 식품사는 기술 투자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특히 설탕 첨가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 국가가 증가세인 것도 업계가 기대하는 요인이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아 ‘알룰로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울산 남구에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생산 공장을 준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2만 2148㎡(약 6700평) 규모로 알룰로스 공장과 프리바이오틱스 공장 각 1개동씩 총 2개동으로 이뤄졌다. 공장 건립에만 약 14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생산량이 2만 5000t에 이른다. 이 중 생산량의 절반 이상(1만 3000t)이 알룰로스로 국내 최대 규모다.
삼양사는 현재 국내 알룰로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삼양사는 지난 2016년 자체 개발한 효소로 액상 알룰로스를 개발해 2020년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기존 가루 설탕과 형태가 동일한 ‘결정 알룰로스’ 생산도 시작했다. 액상 알룰로스보다 관리가 쉬워 수출에도 유리하다. 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알룰로스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삼양사가 첫 제품 양산을 시작한 2020년 이후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 음료, 아이스크림, 유제품, 소스까지 대체당 제품군을 확대하면서다. 지난해는 생산 속도가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울산 스페셜티 공장을 거점으로 북미, 일본, 동남아 등 해외 판로도 확장 중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알룰로스 등 스폐셜티 사업 매출 비중과 해외 판매 비중을 각각 2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호주·뉴질랜드에서 신식품(Novel Food) 승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대상도 알룰로스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양사보다 시장 진출이 늦었지만 롯데칠성(005300)음료나 동아오츠카 등 대형 음료회사 거래처를 확보하며 시장을 빠르게 개척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7월 군산 전분당 공장에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해 본격적인 알룰로스 생산에 돌입했다. 투자 규모만 300억원에 달했다.
대상은 올해 1월 알룰로스 등 대체당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Sweevero)’를 론칭하기도 했다. 대상은 브랜드를 통해 국내 외 글로벌 대체당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북미 공략에 집중하고 유럽과 동남아 시장 개척도 본격화한다. 특히 대상은 본업 경쟁력을 살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에 힘을 준다. 대상은 지난 7월 식품브랜드 청정원을 통해 알룰로스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점도와 감미도를 다르게 만들어 용도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업계가 대체당 중에서도 알룰로스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활용도가 높아서다. 알룰로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식품원료로 등록되어 있다. 식품첨가물로 분류되는 대다수의 대체당과 다르다. 이 덕분에 별도 조건 없이 여러 식품 분야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식품 첨가물인 에리스리톨, 수크랄로스 등은 식약처가 정한 사용량 제한 기준이 존재한다.
이처럼 국내외 알룰로스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설탕세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설탕세는 설탕을 첨가한 음료 등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국가 차원에서 비만이나 당뇨병 등 질병을 줄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1922년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첫 번째로 도입했다.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해 기준 설탕세라는 명목으로 가당음료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모두 104개국이다. 이는 2009년 35개국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설탕세를 도입하는 법안이 2021년 발의되기도 했다. 서민 부담 가중 등 우려로 도입 논의는 잠잠해진 상황이지만 그동안 소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그 불씨는 살아 있다.
통계청 지표누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비만율은 37.2%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비만인 셈이다. 비만율은 2014년 30.9%, 2019년 33.8%로 꾸준히 증가세다. 특히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16.7%는 당뇨인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의 312만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제 대체당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알룰로스 등 검증된 대체당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 등 여러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설탕세는 건강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것이 바로 알룰로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