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연체율 경고음에···금감원, 18곳 대규모 현장점검 나선다

by유은실 기자
2023.06.11 13:56:09

'약한 고리' 2금융권, 올해 들어 연체율 급등
연체율 상황 파악·연체채권 정리 유도 취지
연체채권 많은 곳 대상···"2분기 전 털어내야"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번주부터 저축은행·카드사·캐피털·상호금융 등 2금융권 전역의 연체채권 관리 상황 점검에 나선다. 최근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부실화 우려가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2금융권 위기설’을 잠재우고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현장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주 중순부터 저축은행을 비롯한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업 등 2금융권 주요 회사 18곳에 감독·검사 인력을 파견한다. 검사 대상 리스트엔 연체채권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털사 6곳 등이 올랐다.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 조합들도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현장점검 목적은 ‘연체율 관리 상황 파악’과 ‘금융사의 연체채권 정리 유도’로 읽힌다. 최근 2금융권의 연체율이 급증한 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져서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자가 몰리는 2금융권은 부실화 속도가 시중은행에 비해 빨라 ‘약한 고리’라고 불린다.

실제 최근 2금융권의 연체율엔 적신호가 켜졌다. 연체율이 늘었다는 건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차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5.1%로 집계됐다. 연체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카드업계의 연체율도 꿈틀대고 있다.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등 주요 카드사들의 올 1분기 연체율은 대부분 1% 이상으로 뛰었다. 카드사 연체율은 카드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등 1개월 이상 연체율로 서민경제 부실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통상 1%대의 연체율을 유지해 오던 상호금융권 연체율도 2%대로 올라섰다. 연체채권 규모도 12조원 수준으로 불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2금융권의 기업대출 역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에 따르면 2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4%로 약 7년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들이 몰리는 2금융권의 연체율이 급등한 데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업대출 연체율까지 오르자, 2금융권 안팎에선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검사국과 감독국이 합심해 현장점검을 벌인 사례는 다수 있었으나 ‘연체율 관리’라는 테마를 특정해 2금융권 전반을 살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이번 현장점검은 연체율 상황 점검뿐 아니라, 금융사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털어내 연체율을 적극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도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이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을 통해 연체율 관리에 들어갈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사들은 개인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거나 회계에서 상각 처리해 연체율을 낮추고 자산건전성을 관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2금융권의 1분기 연체율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계속 연체 부담을 안고 가느니 2분기 이전에 정리를 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현장점검도 그런 취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