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ETF] ‘돈나무 누나’를 역방향 베팅한다면…‘SARK’

by김윤지 기자
2021.12.04 15:30:00

Tuttle Capital Short Innovation ETF(SARK)

사진=아크인베스트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는 주식시장에서 언제나 뜨거운 주제입니다. 단어 그대로 ‘없는 것을 파는’(空賣) 행위 입니다. 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하는 투자 전략으로,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추후 값싼 가격으로 해당 주식을 사서(숏커버링)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에게 돌려주면서 시세 차익을 내는 방법입니다. 현재 10만원인 종목 A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낸 후에 추후 가격이 9만원으로 떨어지면 이때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1만원을 쥘 수 있는 거죠.

직접 공매도를 하지 않고도, 공매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인버스 ETF입니다. 기초지수의 역방향으로 등락률이 결정되는데요, 주가 급락시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선호됩니다. 최근 특정 액티브 ETF의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ETF도 처음 등장했는데요, 바로 Tuttle Capital Short Innovation ETF(SARK)입니다.

터틀사(社)가 운용하는 SARK는 지난달 9일 상장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기관과 스왑(swap) 계약을 통해 ARK Innovation ETF(ARKK)의 성과에 따라 수익을 교환함으로써, ARKK의 일일 수익률을 -1배로 달성하도록 설계된 액티브 ETF입니다. SARK 상장 후 흐름을 보면 ARKK와 등락률 절대값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 0.3%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ARKK가 5% 하락하면 SARK는 5% 상승하는 식입니다.

상품명과 티커 또한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Innovation ETF’, 즉 ‘ARKK’를 ‘공매도’(short) 하는 ETF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총보수도 ARKK와 동일한 연 0.75%이고요, 현재 운용자산(AUM)은 3460만 달러(1일 기준, 우리돈 407억원) 수준입니다.

ARKK는 2020년을 대표하는 ETF죠. ‘돈나무 누나’란 애칭으로 불리는 캐서린 우드(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액티브 ETF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성장주로 향하면서 지난해 성장주는 눈부신 상승 그래프를 그렸고, 파괴적 혁신에 관여하거나 그 혜택을 받는 기업을 주로 담은 ARKK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월가의 여타 펀드 매니저들이 테슬라를 기피할 때 우드는 적극적으로 테슬라에 투자했고, 그 결과 지난해 ARKK는 3월 저점 대비 200% 급등했습니다. 덕분에 자금도 20억 달러가 몰렸습니다.



눈부신 지난해를 보냈지만, 한편으론 보유 종목들은 ‘주가 수준이 과연 펀터멘털에 근거하고 있는가’라는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었습니다. 이것이 공매도로 연결되면서 ARKK의 유통주식수 중 대주잔고 비중은 올해 연초부터 우상향해 10%를 웃돌고 있습니다.

SARK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한데요, 터틀사는 숏스퀴즈(주가가 상승할 때 숏 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혹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것)나 마진콜(선물계약 기간 중 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대한 우려 없이 ARKK에 대해 ‘편리하게’ 숏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SARK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SARK 등장 시점은 적절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상장 이후 이달 2일(현지시간) ARKK는 17.87% 하락했고, 덕분에 SARK는 19.77% 상승했으니까요. 같은 날 기준 ARKK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10.49%),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5.94%), 원격 의료 업체 텔라닥(5.64%), 회상 회의 업체 줌(5.37%),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5.33%) 등을 담고 있는데요, 이들의 최근 한달 주가 흐름이 부진했습니다.

터틀캐피탈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매튜 터틀은 최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ARKK는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하지만 일부 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이처럼 수익성이 없는 성장주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SARK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헤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쯤되면 ‘돈나무 누나’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우드는 지난달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SARK에 대해 “이것은 시장의 방식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전략이 옳다면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가 올라) 그들은 숏커버링을 해야하고, 이것은 향후 해당 종목에 대한 추가 수요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2000년 닷컴 버블과 같이 시장 정상에서 맛보는 희열에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이 같은 회의론을 환영하고, 긍정적인 ‘기브앤테이크’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