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0.23 12:00:00
의사협회·의원협회·의사총연합,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2009년부터 의료기기업체·진단기관에 ''거래거절 강요''
공정위 "시정명령 어기면 의사단체 검찰 고발"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의료기기 판매업체, 의료진단검사 기관에 한의사와의 거래를 금지하도록 강요한 의사단체가 억대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26조·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거절 강요) 위반 혐의를 적용해 대한의사협회(10억원), 대한의원협회 (1억2000만원), 전국의사총연합(1700만원) 등 3개 의사단체에 과징금 총 11억37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의사협회는 공정위가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치를 부과 받았다.
의사협회는 초음파기기 글로벌시장 판매 1위 업체(2013년 기준)인 GE헬스케어에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공문 등을 통해 △한의사와의 거래 금지 △거래 시 불매운동 입장을 알렸다. 이어 한의사와의 거래 여부도 감시했다. 이에 따라 GE는 초음파기기 9대의 손실을 떠안으면서 한의사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고 의사협회에 사과까지 했다.
의사협회는 또 2011년 7월부터 녹십자(006280)의료재단, 서울의과학연구연소(SCL), 씨젠(096530)의료재단, 이원의료재단, 삼광의료재단 등 국내 ‘빅5’ 진단검사 전문수탁 기관들에 ‘한의사의 혈액검사위탁을 받지 말라’고 요구하고 거래 여부를 감시했다. 의원협회, 의사총연합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같은 거래중단을 요구했다. 이 결과 이들 검사기관들은 한의사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거나 거래 중단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의사단체 행태가 한의사의 정당한 거래를 막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구입은 불법이 아니며 학술·임상연구를 목적으로 일반 한의원에서 사용 가능하다. 한의사는 직접 혈액검사 및 혈액검사위탁을 해 진료에 사용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받았다.
또 공정위는 관련 시장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고 봤다. GE, 삼성메디슨이 한의사에 초음파기기를 판매한 실적은 의사협회로부터 공문을 받은 2009년 이후 급감해 현재는 전무한 상태다. 한의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관련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공정위 처분이 늦은 셈이다.
김호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장은 “이들 업체나 의료기관은 의사를 상대로 거래하는 게 많아 의사단체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공정위는 의사단체가 시정명령을 어길 경우 ‘시정명령 불이행’ 사유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