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un세상)일제차 내비게이션 `독도누락` 진실은?

by이진우 기자
2006.11.23 09:38:10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바다 한복판에 있는 작은 섬 하나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고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 섬에 자동차를 끌고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에는 그것 말고도 불평할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섬이 '독도'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한국인에게는 독도가 웬만한 도(道) 하나보다 더 중요하다. 평생 차 타고 들어갈 일은 없지만 자동차 지도에도 독도는 꼭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그게 지도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도를 빼먹은 내비게이션을 단 차가 하필 일제차라면 문제가 많이 심각해진다. 독일차가 독도를 빼먹었다면 실수지만 일본차가 빼먹었다면 거대한 음모의 일부로 비춰진다.

최근 도요타가 내놓은 최고급 세단 렉서스 LS 460의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빠져있더라는 한 신문의 보도는 일견 아무것도 아닌 문제로 보이지만, 한국이고 일본차이고 독도라는 이유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급기야는 이 문제를 놓고 언론사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내가 보니 독도가 있던데 왜 오버하느냐'는 칼럼도 나오고 '특종 놓치고 나니까 괜히 화풀이한다'는 반박까지 나왔다.


▲ LS460. 4600cc 엔진을 장착한 렉서스의 최고급 모델로 가격은 1억3천만원이다
진실은 뭘까. 문제의 렉서스 LS460 내비게이션 속으로 한 번 들어가보자.
이게 문제가 된 화면이다(아래 사진). 내비게이션에 우리나라 지도가 나와 있는데 동해에는 울릉도까지만 보인다. 물론 서해안과 남해안의 작은 섬들도 안보인다. 넓은 지역을 좁은 지도에 그려넣은 소축적 지도이기 때문이다.

▲ LS460 내비게이션의 전체화면. 한반도를 화면에 부각하는 과정에서 중국 해안선도 단순화됐고 제주도도 빠졌다.
정말 독도가 없는지 내비게이션의 '지명 검색' 기능을 써봤다. 독도는 있었다. 업소 상호명과 섞여서 등장한 여러개의 '독도' 가운데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의 독도를 눌렀다.






두개의 섬과 여러개의 부속도서로 이뤄진 독도가 등장했다. 지도 위에는 '독도(울릉읍)'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 독도가 이렇게 크게 보이는 것은 축적 때문. 왼쪽 위의 ""100m"" 라고 쓰인 것이 축적표시.



▲ 지도를 더 확대하면 화면 가득히 독도 땅이 들어오고…




▲ 지도를 축소해서 보면 독도가 지도에서 사라진다. 사진에서 빨간 핀으로 표시된 지점이 독도의 위치다.
지도를 더 축소해서 소축적지도로 보면 울릉도도 더 작게 보이고 경상북도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대구와 울산이라는 지명이 표기되는 걸로 봐서 일정한 축적에서는 도시명이 표기되는 것 같다.



지도를 더 줄여 최대로 축소하면 한반도 전체 지도와 함께 독도의 위치만 'G'라는 표시로 나타난다. 물론 'G'라는 표시를 이동시키면 독도는 점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독도는 전체지도에서는 안보이지만 확대하면 보인다. 작은 섬이 지도에서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뭘까.

아래 사진은 렉서스 LS460과 같은 지도정보로 제작된 르노삼성 SM 시리즈의 내비게이션 화면이다.



렉서스의 내비게이션 전체화면과 비슷한 축적임에도 한반도의 지명은 물론 울릉도 독도의 지명이 함께 나와있다. 독도는 축적 때문에 지도에는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았지만 '독도'라는 이름을 적어놨다.

렉서스 LS460의 내비게이션이 독도를 빼먹었다고 하는 건, 다른 내비게이션은 전체화면에 독도가 그려지지는 않을망정 글씨로라도 표시해서 우리 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렉서스 내비게이션의 초기화면은 너무 냉정하고 건조하지 않느냐, 혹시 독도를 빼먹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냐는 주장인듯 하다. 

종전에는 수입차들도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제작해 장착했지만 LS460의 내비게이션은 국내의 지도정보를 사다가 일본에서 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중이다.  

반면 도요타측은 렉서스 LS460 내비게이션에서 축적에 따라 독도가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하는 건 지도정보를 구현하는 방식이 다른 차들과 다르기 때문이지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독도가 울릉도만큼 크다면 지도에서 안보였을 리 없다는 설명이다.

논란의 전말은 여기까지다. 일부 언론의 오버일까, 도요타의 변명일까. 아니면 미묘한 한일관계가 빚어낸 해프닝일까. 늘 그렇지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