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발길질'로 피워낸 120만 송이…에버랜드 튤립축제
by이민하 기자
2025.04.11 06:00:00
네덜란드 구근 수입 재배
5개월간 온실 재배로 개화
기후변화로 재배 어려워져
정원 구독권 가든패스 출시
벚꽃 정원으로 매력 더해
 | 산리오캐릭터즈와 콜라보한 튤립 테마정원 (사진=이민하 기자) |
|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매년 봄이 온 것을 느끼기 위해 튤립축제를 와요. 올해는 아이와 함께 오게 됐네요.”
에버랜드 포시즌스가든에서 유모차를 끌고 튤립 축제를 즐기던 가족 방문객이 한 말이다. 꽃향기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건 색이다. 노란빛이 번지고, 분홍빛이 물결친다. 그 사이로 연보라, 순백, 진홍빛 튤립들이 계단식 정원을 따라 피어올라 시선을 잡아끈다. 3월의 끝자락 에버랜드가 가장 먼저 피워낸 봄이다.
 | 튤립이 만개한 에버랜드 포시즌스가든 (사진=에버랜드) |
|
지난달 21일 개막한 ‘에버랜드 튤립축제’는 국내 봄꽃 축제 중 단연 선두 주자다. 축제가 열리는 포시즌스가든 한복판에선 사진을 찍기 위해 ‘저 앞에 서봐’라는 관광객들의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커플, 봄 소풍 나온 유치원 단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셀카봉을 든 20~30대까지 웃는 얼굴은 다 달라 보여도 꽃 앞에선 모두 같은 표정이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하기까지, ‘화사함’이라는 단어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고된 준비가 있었다. “튤립 축제를 준비하는 일은 마치 백조의 발길질과 비슷해요.” 현장에서 만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은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튤립축제의 튤립은 화단에서 자란 꽃이 아니다. 에버랜드는 매년 11월, 네덜란드에서 120만 송이의 튤립 알뿌리를 들여와 전용 온실에서 무려 5개월간 정성스럽게 키운다. 정해진 온도와 습도, 광량을 유지하며 알뿌리가 봉오리를 틔우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3월이 되어야 비로소 화단으로 옮겨진다.
“개화하고 열흘 정도면 꽃이 시들어 축제 기간 내내 꽃을 계속 갈아 심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일입니다.” 현장 담당자의 설명에선 책임감이 묻어났다.
올해는 유난히 더 힘들었다. 주산지인 네덜란드 현지의 잦은 홍수로 양질의 알뿌리 수급이 예년보다 늦어졌다. 국내도 이상기온과 폭설이 겹치며 정원 조성에 차질을 빚었다. “3월 중순까지도 눈이 왔어요. 예정된 일정이 자꾸 밀리니 축제 준비가 배로 힘들었죠.” 한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도 봄은 피었다. 포시즌스가든에는 생화로 만든 헬로키티 토피어리부터 7m 높이의 시나몬롤 조형물, 마이멜로디의 플라워 벌룬 가든까지 ‘산리오캐릭터즈’와의 협업 콘텐츠가 정원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형물 앞에서 폴짝 뛰었고, 어른들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했다. 산리오와의 두 번째 콜라보는 성공적이었다.
콘텐츠 외연도 확장됐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가든패스’는 전용 정원을 구독 개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독 고객을 위한 ‘매화원’에는 11개 품종의 매화, 벚꽃 700여 그루가 만개해 있었다. 마치 에버랜드 속 또 하나의 비밀 정원 같았다. 기자가 찾은 그날에도 벚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 사파리 도보 탐험 ‘리버 트레일 어드벤처’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코식이’ (사진=에버랜드) |
|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리버 트레일 어드벤처’다. 기존 차량형 사파리를 보완한 도보형 프로그램으로, 사파리월드와 로스트밸리 사이 다리를 걸으며 실제 야생 동물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이다. “저기 봐! 코식이다!” 한 아이가 외친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사자 ‘다옴이’, 기린 ‘마루’까지… 사람과 동물 사이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