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대란' 더 없다..여전업계도 '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

by김인경 기자
2021.02.21 12:00:00

4월부터 유동성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제정
경영공시 강화해 정성항목도 포함
非카드사 레버리지 한도도 현행 10배서 2025년까지 8배로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캐피탈 등 여전업계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4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직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여전채 발급이 막히자 고사 직전까지 갔던 지난해 3월의 재연을 막겠다는 취지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여전사와 자산규모가 1000억원인 여전사에 한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회사채 발행 여전사와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의 여전사는 전체 여전사 120개 중 56개사에 해당한다. 총 자산 기준으로는 99.4%다.

여신전문회사는 소비자들의 예적금을 받지 않는, 수신 기능이 없는 회사다. 이에 따라 자금은 외부차입과 회사채, ABS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데 이 중 여전채의 발행이 73.9%로 절대적이다. 차입금은 14.4%, ABS는 8.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카드·캐피탈사가 여전채를 발행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연기금,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가 이를 인수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증권사들은 여전채를 매각했다. 주로 ELS나 DLS 발행자금으로 여전채를 사들였는데 코로나19로 달러 변동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여전채를 매각하면서 여전사들은 유동성 난국에 처한 바 있다.

게다가 여전사가 발행하는 여전채를 금융기관들이 인수하지 않으면, 여전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카드캐피탈 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중저신용자의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카드·캐피탈업체에 경영난이 닥칠 경우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당국은 여전협회의 모범규준으로 2년간 ‘유동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운영하기로 했다. 여전업계는 은행 등 다른 금융업계와 달리 리스크 측정 관리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2년 후 운영현황을 본 후, 내용을 보완해 감독규정이나 시행세칙으로 완전 제도화할 계정이다.

먼저 유동성 관리체계를 명확히 한다. 이사회에서는 회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전략을 승인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 관리체계의 구축·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한다. 경영진 역시 유동성 리스크 관리절차 및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리스크 변동현황을 점검하여 이를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유동성 관리지표도 명시화했다. 회사채 만기분포, 즉시가용 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1개월 내 만기도래 부채), 단기조달비중(발행만기 1년 이내 부채/총차입부채) 등을 주요지표로 두고 신용등급 하락, 신용스프레드 급격한 상승, 지급보증으로 인한 거액의 유동성 유출, 자산·부채의 특정부문 편중 등도 조기경보지표로 살필 계획이다.

또 위기상황에 대응해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이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평상시 자금조달수 단의 활용이 어려울 경우 현금유출이 많은 영업의 축소 등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수립·운영해야 한다.

당국은 또 여전사도 유동성 현황을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자금조달 현황이나 자산 및 부채의 만기구조 등 정량적인 지표만 공시하는 점을 지적하며 정성지표 역시 공시하도록 했다.

유동성 모니터링 지표도 현재 3개 계량지표(90일 유동성 비율, 업무용유형자산비율, 발행채권의 카드스프레드)와 4개 비계량 지표(유동성 변동원인의 적정성, 자금조달 및 운용구조의 합리성, 유동성 관리능력, 신용카드자산 대비 ABS발행 비율)로 하고 있지만,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 3개 계량지표에서는 ‘업무용 유형자산을 제외하고, 즉시가용유동성비율과 단기조달비중을 추가하기로 했다. 비계량평가에도 대주주 지원능력과 비상계획 적정성 평가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아울러 당국은 카드사가 아닌 여전사인 캐피탈업체 등의 레버리지 한도를 현재 10배에서 2022~2024년까지 9배, 2025년까지 8배로 축소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레버리지한도(8배)와 맞추겠다는 얘기다. 특히 배당성향이 30% 이상인 업체에 대해서는 이 기준보다 각각 1배씩 더 축소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