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낭만 가득한 강릉 여행
by장세희 기자
2020.09.01 07:00:00
레트로 시간여행 `명주거리`
바다와 마주하기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도보여행자를 위한 `월화거리`
[이데일리 트립 in 장세희 기자] ‘강릉 여행’ 하면 주로 경포해변, 안목 커피거리, 드라마 촬영지인 주문진, 정동진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강릉을 간다고 할 때 흔히 추천해주거나 여기 가봤냐고 질문을 받는 장소들이다. 남들 모두 가는 획일적인 여행 코스에 지쳤다면 나만의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해보는 건 어떨까? 여행을 다녀와서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조금 색다른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이태원 경리단길, 경주에 황리단길이 있다면 강릉에는 명리단길이 있다. 강릉의 구도심 명주동은 예로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는데 명주예술마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이 열리면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한다. 최근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 쥬얼리 공방, 라탄 및 마크라메 원데이 클래스를 여는 위브공방, 베이킹 클래스 등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요즘 핫플레이스는 ‘명리단길’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명리단길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낮은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골목길 곳곳에서 개성 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벽화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옆에서 자연스럽게 감성적인 사진도 찍어보고 벽화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카페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빈티지 타일로 둘러싸인 ‘명주배롱’은 어느 시골의 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정겨운 카페다. 카페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꽃병, 앤티크한 찻잔과 접시,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음향 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주인장이 직접 로스팅한 핸드 드립 커피와 함께 달콤한 케이크를 곁들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보기를 추천한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맞은편에 위치한 운치 있는 ‘카페 오월’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100년 된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라 고즈넉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직 명주동이 낯설게 느껴지는 여행자라면 ‘시나미 명주나들이’라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명주동의 일상과 문화를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체험한 후 여행의 하루를 직접 기록해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작은 공연장 ‘단’ 맞은편에 위치한 여행 안내소 ‘파랑달협동조합’에서 신청할 수 있다. 근현대의상으로 갈아입고 명주 골목을 산책하며 인생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골목의 느낌을 담아 마그넷을 직접 꾸며보는 체험, 명주주민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나미투어 등도 참여해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명주쿠폰과 맛집 지도도 제공하기 때문에 명리단길이 처음이라면 시나미 명주나들이 프로그램은 더없이 좋은 여행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강릉 바다부채길은 정동진과 심곡항을 잇는 2.86km의 해안탐방로로, 국내유일의 해안단구 지역이며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된 곳이다. 정동진의 ‘부채끝’ 지명과 함께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것과 비슷하다 하여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동안 해안 경비를 위한 군 경계 근무 정찰로로 비공개 지역이었지만, 2017년에 개방되어 지금은 강릉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꼽힌다.
2천 300만 년 전 지각변동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웅장한 기암괴석은 푸른 바다와 함께 장관을 선사한다. 생생한 파도 물결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바다부채길은 정동 매표소와 심곡 매표소를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정동 매표소에서 출발하면 모래시계공원, 썬크루즈, 투구바위, 부채바위, 전망타워를 차례대로 마주할 수 있다.
천천히 걷는다면 2시간 안에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중간중간에 파도가 높이 솟구칠 때면 아찔함을 느끼기도 한다. 바다부채길 순환버스도 운영하고 있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 어르신, 아이들 모두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개장과 폐장 여부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망타워에 다다르면 빨간 등대와 함께 멋진 사진을 남기기를 추천한다. 동해 바다와 산 사이에는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헌화로’라는 해안도로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져 있다. 도로변 울타리가 낮아 시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헌화로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월화거리는 강릉역에서 부흥 마을에 이르는 2.6km 구간이 공원, 역사 문화 광장, 보행자 전용 교량인 스카이워크 등으로 조성된 곳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도심 폐철도 구간이 숲길과 쉼터, 문화광장으로 어우러져 새롭게 탈바꿈한 것이다. 강릉의 고유 설화인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인해 이름 붙여진 월화거리는 강릉의 마로니에 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KTX를 타고 온 관광객, 뚜벅이 여행자들은 이 거리를 중심으로 도보 여행을 하면서 시티투어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가 풍부한 월화풍물시장, 중앙시장과 더불어 광장, 공연장,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즐비해 있어 안목 커피거리와 다른, 월화거리만의 쾌활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월화거리의 힐링숲길에 들어서면 ‘밥은 먹고 다니니?’, ‘널 응원해’, ‘내일은 웃자’, ‘날마다 여행’과 같은 캘리그라피 조형물과 함께 기찻길, 책 읽는 벤치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시장에서 가지각색의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 숲길에서 감성 조형물과 SNS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하며 강릉 시내를 즐기고 싶다면 월화거리를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