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합작면세점, 12월 서울 동대문 상륙..'韓관광업계 촉각'

by최은영 기자
2015.10.21 08:54:22

O2O 기반 사후면세점, 변형 매장 국내 등장
지난 10일 제주시 연동에 사후면세점 개설, 영업 개시
12월 서울 동대문 APM플레이스에 한국 2호점
中관광객 한국서 결제 72시간 내 중국 현지 배송

지난 10일 제주시 연동(과원로 70)에 개관한 ‘제주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국내 면세시장의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을 눈 앞에서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변종 형태의 면세 매장으로 국내 시장에 우회 진출을 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후면세점으로 등록했지만 체험형 온라인 매장으로 소비는 주로 중국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구조의 면세매장이 제주에 이어 서울 입성을 예고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제주시 연동에 이어 서울 동대문에 두 번째 매장을 열기로 하고 최근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이 지난 10일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제주시 연동에 문을 열고 공식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제주 매장의 규모는 1000㎡(302평). 12월에는 서울 동대문 APM플레이스(구 라모도쇼핑몰)에 이보다 약 5배 가량 큰 5200㎡(1573평) 규모의 면세 매장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 제주점의 운영사는 (주)RGB플러스제주다. 한국의 RGB플러스와 아이리스 글로벌이 100% 자본금을 투자해 중국 정주 보세국제와 손잡고 설립한 회사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온라인쇼핑 기반의 변형된 면세사업을 펼친다.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은 중국인 관광객이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출국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일부 세금을 사후에 돌려받는 ‘세금 환급(tax refund)’형 매장으로 허가 등록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사후면세점’이라고 부른다. 롯데나 신라(호텔신라(008770))처럼 관세를 비롯한 모든 세금이 처음부터 면제되는 ‘사전면세점’이 특허를 받아야만 운영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사전면세점이 명품, 화장품, 잡화 등 모든 상품군을 망라한 반면 사후면세점은 소규모로 시계, 보석 같은 특정 품목만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은 기존 사후면세점 개념에 체험형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결합해 8000여 품목에 달하는 한국의 화장품과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해외 명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틀을 갖췄다.

국내 면세업계가 이들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때문이다. 중국 정주 보세구역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현장에서 상품을 체험하고 온라인(www.baoshuiguoji.com)으로 주문하면 중국 관세가 면제된 상태에서 72시간 이내 중국 소비자의 집까지 배달된다. 이 경우 한국 화장품을 예로 들면 부가가치세는 붙지만 관세가 제외된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일반 면세점과 유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에서 정주를 ‘E-무역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 현지 세관을 통해 미리 제품을 검수하고 등록시킨 제품에 한해 관세를 면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 제품은 정품인지 아닌지 믿기 어려워 사기가 꺼려진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정품인증제도까지 마련했다.

말하자면 일부 세금은 면제되지만 관세는 물어야하는 사후면세점과 부가가치세는 붙지만 관세가 면세되는 온라인 구매가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후면세점에서 직접 물건을 살 수도, 이곳에서 직접 상품을 체험해본 뒤 온라인으로 구매해 중국 현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민들의 면세 한도를 5000위안(91만 원)으로 제한해 공항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는 정부가 정한 지역에 한해 연간 5만달러(5600만원)까지 수입품을 살 수 있다고 보세국제 측은 설명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면세 혜택의 범위는 엄청나게 늘어나는 셈이다. 단 대부분의 소비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차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면세쇼핑몰로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국내 면세점은 물론 더 나아가 국내 여행업계와 관광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보세국제 한국체험관이 서울 면세점 설치 예정지로 점찍은 동대문은 국내 면세점이 단 한 곳도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지난 7월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당시 대기업에 중소·중견기업까지 모두 7개 업체가 나서 동대문에 면세점이 필요하다면서 유치 경쟁을 벌였으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진 못했다.

현재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시내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가 진행 중이고 이 가운데 두산(000150)과 SK네트웍스(001740)가 다시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나 경쟁업체, 특히 롯데의 견제가 심해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은 한국업체가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는, 기존에 없던 변종 형태의 면세점으로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면세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찾는 곳을 위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에 문을 연 중국 보세국제 한국전시체험관 1호점. 12월에는 동대문 APM플레이스에 2호점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