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유로화채권' 발행 러시‥韓기업도 관심급증

by장순원 기자
2015.03.09 08:48:22

올들어 유로본드 발행 29억달러..딤섬본드는 외면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중국 기업이 유로화 표시 채권을 대거 찍고 있다. 유럽에서 싼 값에 돈빌리기 좋아진데다, 현지기업 인수자금용으로 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은 올 들어 중국 본토기업이 유로화 채권발행액은 29억달러로 집계됐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작년 1분기 유로화 채권 발행액이 전혀 없었고, 작년 전체로도 33억달러에 불과했다는 점과 견주면 급증한 것이다.

중국 기업이 유로화 채권 발행을 늘린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가 돈 풀기에 나서며 조달금리가 대폭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국채 가운데 1조5000억유로어치가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했을 정도다. 게다가 ECB는 오는 9일부터 다달이 600억유로씩 총 1조유로를 시장에 내다 풀면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아울러 중국기업이 유럽 기업 인수합병(M&A)용이나 위험 관리용으로 쓰려는 의도도 있다. 지난 6개월간 유로화는 위안과 견줘 13%나 가치가 하락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는 1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회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또 포선인터내셔날도 9억3900만달러를 들여 프랑스의 리조트 그룹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존 프랫 바클레이즈 아시아지역 채권 헤드는 “중국기업이 해외 진출이나 유로본드 발행은 가장 좋은 헤지(위험회피)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과 인도, 홍콩 기업들도 유로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렴한 조달금리와 투자자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나 코카콜라 같은 미국 기업은 유로화 채권을 대거 발행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역외 위안화 채권(일명 딤섬본드) 발행액은 급감했다. 올 들어 2억5000만달러 수준에 그쳐, 작년 1분기 66억달러와 비교하면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든 것.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고,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선 뒤 본토 조달금리가 내려간 탓에 중국 기업도 딤섬본드 시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표시 채권은 163억달러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