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장, 만성 적자 늪에 빠지다`

by안준형 기자
2010.06.14 09:39:46

과도한 경쟁으로 몇년째 고전..작년 실적발표 18개 모두 영업적자
회원권 가격하락으로 `보증금 반환 요구` 우려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제주도 골프장 대부분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골프장뿐 아니라 롯데, CJ, GS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골프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 골프회원권의 가격 하락으로 회원권을 분양할 때 받았던 `입회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회원이 늘면서 제주 골프장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의 골프장이 몇년간 손해(영업이익 기준)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서 영업중인 27개 골프장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18개 골프장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CJ그룹의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리조트는 2001년 오픈 이후 9년째 손실을 보고 있다. CJ건설에서 운영을 맡고 있는 이 골프장은 9년간 영업손실의 합만 471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CJ건설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여주에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을 새로 열었다.

롯데호텔이 운영 중인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은 3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04년10월 골프장으로 사업을 넓힌 롯데호텔은 2009년 10억원, 2008년 22억원, 2007년 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캐슬렉스 제주 또한 4년째 영업손실을 냈다. 사조그룹은 2004년 파라다이스그룹으로부터 제주파라다이스골프장을 인수한 뒤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이 100% 지분을 소유 중인 오라칸트리클럽은 2009년 13억원, 2008년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GS건설이 운영 중인 엘리시안제주와 부영그룹의 부영CC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이렇듯 제주 골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의 과도한 경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 이후 제주도에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2004년 10개였던 제주 골프장은 5년 만에 27개로 급증했다.
 
거기다 현재 건설 중인 골프장은 웅진그룹 계열의 극동건설이 오라관광지구에 짓고 있는 골프장을 포함해 총 4곳.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골프장도 세 군데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입회금 반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원제 골프장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골프회원권을 분양할 때 받았던 `입회보증금`은 5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회원이 반환 청구를 하면 되돌려줘야 하는 `부채` 성격의 돈이다. 최근 회원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제주 회원권 가격은 지난 2월 기준으로 5년 전보다 34.7% 하락했다. 특히 제주는 입회금 반환금 비중이 39.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최근에는 제주 골프장업체를 상대로 입회금 반환 소송도 벌어졌다. 회원들이 일제히 입회금 반환을 요구할 경우, 공사대금·땅값 등으로 미리 돈을 써버린 업체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가 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내 골프장 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거기다 중국 등 인근 국가의 골프장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