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 CEO "기업가치 제고는 내게 맡겨"

by조용만 기자
2005.02.16 10:02:01

[edaily 조용만기자] 미국 장거리 전화업체인 MCI가 버라이즌에 성공적으로 매각됨으로써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카펠라스의 경영전략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카펠라스는 컴팩의 CEO출신으로 2002년 경영난에 처해 있던 컴팩을 250억달러를 받고 휴렛패커드(HP)에 매각시킨 장본인. 이번에 버라이즌에 매각된 MCI의 전신은 월드컴.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사상 최대인 11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월드컴은 회계부정 파문으로 당시 CEO가 구속됐고, 40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부채로 파산이 불가피했지만 새로운 CEO로 영입된 카펠라스는 이른바 `100일 작전`에 돌입, 회사를 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카펠라스는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부채를 10분의 1로 줄였고 회사명을 MCI로 변경하고 기업 이미지 개선에 팔을 걷어부쳤다. 카펠라스는 법원의 파산보호도 탈피, 자력갱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장거리 전화부문에서 AT&T, 버라이즌 등의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최근 통신업계 인수합병 분위기속에서 몸값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스프린트가 넥스텔을 인수한데 이어 SBC커뮤니케이션즈가 AT&T를 인수하면서 통신업계의 합병경쟁이 가속화되자 카펠라스는 MCI에 논독을 들여온 버라이즌과 퀘스트를 오가며 몸값을 올렸다. 미국 4위 유선전화 사업자인 퀘스트는 MCI를 63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73억달러로 인수가를 상향했지만 카펠라스는 재무구조나 사업지배력 등을 감안, 버라이즌을 인수 파트너로 최종 낙점했다. 버라이즌은 MCI를 68억달러 현금, 주식 및 이익배당금 지급방식으로 인수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카펠라스는 과거에도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구조조정으로 회생, 매각으로 연결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99년 컴팩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맡고 있던 카펠라스는 전임 CEO인 엑커드 파이퍼가 판매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컴팩의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카펠라스 취임후에도 컴팩의 시련은 계속됐다. 2000년에는 기술주의 거품붕괴로 타격을 받았고 매출이 델에 뒤처지면서 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의 명성도 함께 넘겨줬다. 컴팩은 비용절감을 위해 7000명이상의 종업원을 감축해야 했고 2001년 들어 매출이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지만 9.11 테러로 기대는 좌절됐다. 당시 휴렛패커드(HP) CEO인 칼리 피오리나와 250억달러 규모의 합병방안을 논의중이던 카펠라스는 난국 타개를 위해 합병전략을 택했다. 합병후 피오리나는 HP의 회장 겸 CEO를 맡았고, 카펠라스는 HP의 사장을 6개월간 역임한 후 파산위기에 직면한 월드컴의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됐다. 합병 HP의 최고 경영진으로 일하다 운명이 바뀐 두사람은 최근 다시 명암이 엇갈리는 처지가 됐다. `IT의 여제(女帝)` 피오리나가 컴팩 인수에 따른 부담을 벗지 못하고 HP이사회에서 축출되자 가장 유력한 CEO후보로 카펠라스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MCI가 버라이즌에 인수됨으로써 CEO 자리를 내놓게 된 카펠라스가 HP로 이동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카펠라스가 잇따른 기업회생과 매각으로 받게 되는 수입도 눈길을 끈다. 카펠라스는 MCI 매각으로 세금공제후 최소 900만달러를 받게 된다. 2002년 월드컴으로 옮기기 위해 HP 사장직을 떠날 당시 고용계약 해지에 따른 합의금 1440만달러, 인센티브 급여 190만달러, 급여에 대한 세금보전분 960만달러를 각각 챙겼다. MCI에서는 이적료로 200만달러, 급여 및 보너스로 300만달러를 받았다. 그는 MCI에서 100일 작전에 성공, 파산보호를 탈피한 공로로 1200만달러 상당의 스톡옵션도 부여받았고, 컴팩 CEO로 재직할 당시에는 860만달러 이상의 연봉이 책정됐었다. 기업매각만 놓고보면 카펠라스에 버금가는 CEO로는 P&G에 질레트를 매각한 장본인인 제임스 킬츠가 있다. 그는 질레트를 570억달러에 매각, 1억5300만달러를 챙겼다. 나비스코홀딩스의 CEO로 있을 때는 회사를 필립모리스에 매각하면서 모두 7000만달러를 벌었다. 두 건의 매각으로 2억달러 이상의 개인이득을 얻은 것이다. 카펠라스와 킬츠가 다른 점은 카펠라스에게 있어서는 아직까지 기업 매각을 통해서 개인 이득을 챙겼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오히려 기업회생(Turn-around)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